바벨 ‘번쩍’ 식스팩 키워 ‘으쓱’ 여의도고의 특별한 ‘체육 수업’
학생 신체에 맞춰 ‘자율적 운동’
웨이트 트레이닝 효과 큰 호응
5일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2층 체력단련장에서는 3학년 체육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웨이트 트레이닝 기기에 카드를 댄 뒤 바벨을 들기 시작했다. 운동 횟수는 기기에 장착된 모니터에 자동으로 표시됐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여러 기기에 번갈아 앉아 자신에게 맞춤형으로 주어진 운동량을 채웠다. 바벨을 들 때 용을 써 일그러진 표정은 수업 후에는 환해졌다. 딱딱하고 굵어진 팔뚝, 가슴, 허벅지를 만지면서 말이다.
여의도고는 올해부터 디지털 기반 웨이트 트레이닝 수업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9개 기기에는 소형 모니터, 운동 횟수를 재는 장치가 있다. 이의준 체육교사는 “학생이 개인 카드를 기기에 태그하면, 목표치 강도와 횟수가 표시된다”며 “운동 횟수가 자동 계수돼 학생들은 자세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키, 체중, 운동 이력에 맞춰 개인 맞춤형으로 무게와 횟수가 부여된다”며 “수업 후 카드를 메인 키오스크에 대면, 수업 진척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체육수업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진행되는 건 무척 이례적이다. 우선, 관련 시설이 있는 학교가 드물다. 시설이 있어도 안전사고 문제로 시도조차 하기 힘들다. 식스팩, 넓은 어깨는 10대 남학생들이 원하는 체형이다. 이처럼 하고 싶지만 하기 힘든 웨이트 트레이닝이 디지털과 결합하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인기 커리큘럼이 됐다.
여의도고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디지털 기반 스마트 건강관리 교실’ 사업을 지원받아 시설을 구비했다. 장소는 축구부가 써온 실내 훈련장이다. 오전, 오후에는 일반학생 체육수업과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고 밤에는 축구부 학생들이 개인 훈련을 한다.
3학년 김세은군은 “멀게만 느껴진 웨이트 트레이닝이 점점 재밌어진다”며 “두 달 전보다 두 배 무게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승군은 “축구를 해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됐다”며 웃었다. 이서준군은 “어깨가 넓어지고 근육이 생기면서 왜소한 체격이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현준 여의도고 교장은 “평소 운동에 관심 없었던 학생들까지 몸관리를 하기 시작했다”며 “학생들이 재밌어하니까 학부모님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반 스마트 건강 관리 교실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 관내 200개 초·중·고교다. 1개교당 5000만원이 지원된다. 시설은 연령대에 맞게 달리 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 김종현 장학관은 “세부 시설은 일선 학교가 학교 사정에 맞게 독립적으로 결정한다”며 “서울 관내 많은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교육지원청도 스마트 건강 교실에 큰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장학관은 “교내 유휴시설, 작은 공간에 짬을 내 운동할 수 있도록 시설을 넣는 ‘틈틈 체육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며 “스포츠클럽 활성화, 노후된 체육시설 교체 등을 통해 더 안전하고 재미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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