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부추긴 테러리즘'? 프랑스 시위의 진짜 이유
약탈과 방화까지… 폭동으로 이어져
가디언 "프랑스에는 저항 DNA 있다"
WSJ "시위 배경엔 이민자들의 분노"
유색인종 검문 비율, 백인 3배 이상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박수정 PD, 조석영 PD
◇ 채선아> 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들, 중간 유통 과정 싹 빼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립니다. 여행은 걸어서, 외신은 앉아서. <앉아서 세계 속으로> 시간입니다. 박수정 PD, 조석영 PD, 안녕하세요.
◆ 박수정> 안녕하세요. 매주 해외소식 전하는 오뜨밀의 방구석 특파원 박수정입니다.
◇ 채선아> 오늘은 프랑스부터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전역이 시위로 뜨거워요.
◆ 박수정> 아마 뉴스에서 한번쯤은 불길에 휩싸인 파리 모습 보셨을 것 같은데, 프랑스 전역이 말 그대로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파리 서쪽에 낭테르라는 도시가 있거든요. 그 도시에서 시작된 대규모의 폭력시위가 파리, 리옹 등 주요 관광지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서 엿새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29일부터 시위가 시작이 돼서 마크롱 대통령이 경찰인력을 대거로 동원하면서 강하게 대응했고 총 3000명 이상이 체포가 됐어요. 시위 과정 중에 사상자도 발생을 하고 굉장히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주프랑스 우리나라 대사관에서도 교민이나 관광객들에게 웬만하면 나오지 말라고 공지가 나올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 채선아> 도로도 막았더라고요.
◆ 박수정> 차량도 불태우고 위험했어요.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시위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큰 시위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건지 타임라인을 간략하게 정리를 해드릴게요. 말씀드린 것처럼 파리 바로 서쪽에 낭테르라는 도시가 있는데 파리에 비해서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우범지역이 있는 도시다. 6월 27일 이 곳에서 알제리계 17세 소년인 나엘이 교통검문 중에 경찰이 쏜 총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을 합니다.
◇ 채선아> 나엘이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경찰이 멈춰 세웠대요. 그런데 그대로 차를 몰고 출발했다고 알려졌는데요.
◆ 박수정> 그 부분에 대해서 논란이 많은데 일단 언론에서 처음에 발표하기를, 십대 청소년이 경찰을 차로 들이받을 것 같아서 발포했다고 했어요. 사람들이 조금 과잉대응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찰이 위험했으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런데 목격자가 찍은 영상이 공개가 되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반전이 됐습니다. 그 영상을 보시면 차량이 멈춰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경찰이 총을 겨누고 있어요. 대낮에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발포하는 장면이 찍혀서 아무리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고 해도 과잉 대응이 아닌가 하면서 분노가 퍼지게 된거죠.
◆ 조석영> 쉽게 말해서 총을 쏠 상황은 아니었다는 거죠.
◆ 박수정> SNS에 이 영상이 퍼지면서 '이 사람이 만약에 낭테르에 사는 알제리계 시민이 아니라 파리에 사는 백인이었어도 똑같이 발포했을 거냐'고 분노가 퍼지기 시작한 거죠. 그러면서 'Justice Pour Nahel, 나엘을 위한 정의'를 외치면서 전국에서 시위가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시위가 점점 격해진 거예요. 파리에 있는 나이키 매장을 약탈하거나 마트 앞에 있는 일반 차량들에 불을 붙이거나 시위대가 소방차나 경찰차에 불을 붙이면서 '반달리즘'이라고, 많은 피해를 일으키는 약탈 행위를 하고 있어서 피해자 나엘 군의 할머니조차도 이제 멈춰달라고 호소할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 채선아> 시위대 중에 10대가 3분의 1이라면서 프랑스 정부에서 부모님들을 단속한다고 하더라고요.
◆ 박수정> 'SNS보고 나가지 말아라, 애들 관리 잘하라'고 하면서 'SNS가 부추긴 테러리즘'이라고 정부에서 발표하기도 했는데 사실 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스라는 나라가 어떤 나란지 이 나라에서 시위와 저항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시위가 이렇게 격해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 문화적인 맥락, 역사적인 맥락으로 설명을 드려보자면 기본적으로 프랑스는 '시위의 나라'예요. 일년 중에 한 달은 파업을 하고 남은 열한달은 시위를 한다, 이게 프랑스를 소개하는 말인데 이번 뉴스에도 이런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각 나라별 시위하는 이유, 홍콩사람은 독립을 위해 시위한다, 벨라루스 사람은 독재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시위한다, 미국인들은 흑인 인권을 위해 시위한다, 그리고 프랑스인들은 모든 것들을 위해 시위한다'
◆ 박수정>프랑스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시위를 하고 또 얼마나 격렬하게 시위를 하는지 보여주는 유명한 밈들이 있어요. 이건 나라별 폭력시위대들의 모습인데 프랑스는 이미 다 불타고 있죠, 사무실 공간 같은데. 이정도로 격하고, 미국은 '시위 티셔츠' 만들어서 팔고 있고, 캐나다는 온순하게 '저 좀 불쾌합니다' 이런 피켓을 들고 있고요. 중국 시위대는 '세상에 없다' 이런 농담 아닌 농담도 있죠.
프랑스의 시작에는 시위가 있었고 혁명이 있었습니다. 영국 <더 가디언>지에서 이를 잘 분석한 기사가 있어서 가지고 와 봤는데 기사 제목이 "프랑스인들은 왜 이렇게 시위를 많이 할까?" 인데요. 일단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혁명 위에 세워진 나라라는 거죠. 1789년 프랑스 혁명은 시민이 왕조를 무너뜨린 최초의 사건이었고, 민주주의 시초라고 세계사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인데 이 때 다들 화가 엄청 났었어요. 시민들은 분노했고 왕족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가 "무기를 들어라'였고 그러면서 그 유명한 루이16세는 처형을 당하게 됐죠. 그래서 이 기사에서는 "1789년 7월 14일에 분출된 폭력이 프랑스의 운명을 영영 바꿔놓았다"고 하면서 그 폭력 위에 세워진 게 헌법이고 그 위에 '시민의 권리'라는 개념이 세워졌기 때문에 프랑스인의 마음에는 폭력으로 뒤집어 놔야 그 뒤에 권리가 있고 그 위에 헌법이 있다 이런 개념이 있는 거죠.
◆ 조석영> 폭력에 초점이 맞춰지긴 했지만 연금개혁 시위를 할 때도 그렇고 사회 전체적으로 시위에 우호적이에요
◇ 채선아> 파업도 자주 해요. 파리 여행 가면 열차 파업할까봐 걱정하잖아요.
◆ 박수정> 우리나라는 파업하면 시민들이 욕하는데 파리는 시민들이 지지합니다 파업을. 오히려 배려해주는 문화가 있고 그래서 이 기사를 쭉 읽어보시면 프랑스인들에게 '기요틴의 유산'이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다고 하면서 프랑스 민중들의 분노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인정받아왔다. 정부에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이런 방식으로 얻어내고 쟁취해 내는 게 프랑스인들의 DNA에 박혀있는 거죠. 노동자의 권리나 여성의 권리도 이렇게 쟁취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 조석영> 권력자들은 시민을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는 정신이죠.
◇ 채선아> 이번 프랑스 시위가 격렬해진 이유 첫 번째가 '시위의 나라'라면 두 번째는 뭔가요?
◆ 박수정> 프랑스가 '이민의 나라'인 것 알고 계셨나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이 이민자를 받은 나라가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최대 언론사 르몽드에서는 '프랑스는 19세기부터 이민자의 땅이었다'는 헤드라인으로 기사를 냈어요.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았고 특히나 아프리카계, 이번 피해자 나엘도 알제리계 시민이었죠. 무슬림 이민자의 비율이 높고 프랑스 인구가 6700만명 정도가 되는데 그 중에 700만명 정도가 이민자예요. 친구 10명 중 한 명은 이민자인 셈인 거죠. 이렇게 이민자를 받아들인 역사가 길다보니까 이민자 3세까지 왔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나 사회적인 갈등이 층층이 쌓여있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 채선아> 융합이 잘 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 박수정>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에 따르면 이번 프랑스 폭동 사태 뒤에는 경찰의 행동에 대한 프랑스 이민자들의 수년간의 분노가 깔려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경찰에서는 '절대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 지역이 우범지대여서 검문한 것 뿐'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통계자료를 보면 아프리카 그리고 아랍 출신으로 보이는 사람은 프랑스에서 백인에 비해 경찰의 검문을 당하는 일이 최소 3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 조석영> 미국에서 많이 봤던 일이네요.
◆ 박수정> 그러니까 이번 시위가 그동안 쌓여왔던 여러가지들이 한꺼번에 터지게 된 결과라고 볼 수 있고 사실 우리나라는 이민, 시위에 있어서는 프랑스보다 후배의 나라잖아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지점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채선아> 이민자를 받는 게 끝이 아니라 어떻게 융합해갈지가 생각해나갈 부분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지금의 프랑스 상황 정리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박수정,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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