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총장 쌈짓돈
2017년 10월31일 아침,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자택에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같은 시각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 가운데 2명이 검찰에 체포됐다. 이른바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 수사’의 시작이었다. 이 사건으로 이명박·박근혜씨 등 전직 대통령 2명과 그 당시 실세인 국정원장·경제부총리·청와대 비서관 등이 무더기로 처벌을 받았다. 국정원에 지급된 특활비를 대통령이 상납받아 측근들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수사를 지휘한 인물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인 윤석열 대통령이다.
검찰에도 국정원처럼 특수활동비가 지급된다. 현금으로 쓸 수 있는 국가 예산이고,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사건 수사나 국정수행 활동 등에 소요되는 경비다.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세부내역과 증빙자료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시민단체들과 탐사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가 검찰에 공개를 요구하며 3년 넘게 행정소송을 벌여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결과물이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 특활비 집행액 292억원 중에서 지방검찰청에 보낸 ‘정기 지급분’을 제외한 136억원의 지출은 검찰총장이 전권을 행사했다. 특활비 절반가량이 ‘총장 쌈짓돈’인 셈이다. 윤 대통령도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8월에 4억900만원, 9월에 4억1100만원의 특활비를 사용했다. 그러나 증빙 서류라곤 은행 입금증뿐이라 언제 어디에 무슨 목적으로 썼는지 알 수 없다. 법원 판결에도 2017년 1~4월 총 74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대검 특활비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고,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 만찬 파문이 발생한 시점(2017년 4월)의 특활비 자료도 사라지고 없다.
특활비 횡령과 유용이 얼마나 큰 죄인지는 검찰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검찰은 절대적으로 선하고 정의로운 존재가 아니다. 검찰 예산 투명화로 검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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