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윔블던의 이면에서 펼쳐지는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에 대한 정치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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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장소인지 지금 이 순간까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을 정도로..." 감격스러워서일까, 아니면 긴장 때문인지 사발렌카는 다소 쉰 목소리였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에서 2번 시드로 출전한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는 2년 만에 윔블던에 출전했다.
2년 만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출전하는 윔블던의 화려한 불빛 뒤에는 갖가지 억측과 정치적 판단 여부를 묻는 목소리가 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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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장소인지 지금 이 순간까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을 정도로..." 감격스러워서일까, 아니면 긴장 때문인지 사발렌카는 다소 쉰 목소리였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에서 2번 시드로 출전한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는 2년 만에 윔블던에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출전 금지를 당했었다. 반면 올해 윔블던에는 러시아 및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되었다. 다만 양국 선수들에게는 국가를 대표하지 말 것, 국가 혹은 국영기업 등의 지원을 받지 말 것 등의 서약서에 사인을 해야만 출전이 허용되었다.
이 서약에 따라 세계 12위 베로니카 쿠데르메토바(러시아)는 2년 전부터 지원받은 오일회사 타트네프트(Tatneft)의 스폰서 패치를 이번 대회에서는 달지 않고 있다. 타트네프트는 러시아군에 물자 제공 등을 하고 있어 EU에서 제재조치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프랑스오픈에서 사발렌카는 우크라이나 기자들로부터 루카셴코 대통령과의 관계를 따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구받았다. 그것 때문인지 사발렌카는 윔블던에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다. 신변의 위험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이유였고 이를 대회 측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윔블던 개막 전에 사발렌카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만약 내 의견을 알고 싶다면 과거 대회의 기자 회견 내용을 참조해 달라"고 말했다.
사발렌카가 말하는 과거 대회 기자회견이란 프랑스오픈 8강전 이후 기자회견을 뜻한다. 이 자리에서 사발렌카는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일반론적 발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루카셴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루카셴코는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그래서 나는, 지금의 루카셴코는 지지할 수 없다"라고 했다.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에게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내가 누구의 의견을 대변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자기 의견을 말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내 개인 생각을 얘기한다면 난 항상 평화를 원한다"고 했다.
한편 여자 1인자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는 "러시아 침공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톱 선수의 책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항상 (우리들에게)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리더십을 가지고 이 전쟁에 대한 입장이나 누구를 지원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지금 테니스계가 처한 상황은 그다지 건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 테니스계는 이 건에 관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테니스를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기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윔블던 현지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스포츠와 정치가 불가분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2년 만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출전하는 윔블던의 화려한 불빛 뒤에는 갖가지 억측과 정치적 판단 여부를 묻는 목소리가 혼재하고 있다.
글= 김홍주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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