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주한미군기지에서 발생한 한국 군인들의 폭행사건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란 피해자가 범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기소할 수 없고, 일단 기소가 이뤄진 후에도 피해자가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반드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범죄를 말한다.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폭행죄다(형법 제260조 제3항).
그런데,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는 군인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 제1호가 정한 군사기지에서 군인을 폭행한 경우에는 폭행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위 형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병영질서의 확립과 군기 유지를 위해 처벌할 공공의 이익이 크고 진정성 있는 합의를 통해 분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군인 상호 간 폭행의 불법성을 고려해 공소제기의 적정과 균형을 추구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군사기지에서 발생하는 폭행으로부터 병역의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위 법률에 따른 ‘군사기지’란 군사시설이 위치한 군부대의 주둔지·해군기지·항공작전기지·방공(防空)기지·군용전기통신기지, 그 밖에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를 말하는데, 원칙적으로는 대한민국 국군 부대의 군사기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국기지에서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국군 부대에서 A군인이 B군인을 폭행한 경우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것일까? 이 사안에서 피해자인 B는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피고인(A)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원심은 이 사건의 범행 장소가 미군이 주둔하는 외국군 군사기지로, 이는 위 법률이 정한 군사기지가 아니라고 보아 군형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일반 형법을 적용해 공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2023년 6월 15일 선고 2020도927 판결)은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즉, 위 법률에 따르면 ‘군사작전 수행의 근거지’를 군사기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러한 근거지가 반드시 대한민국의 영토 내일 것을 요한다거나 외국군의 군사기지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해 국가안전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위 법률의 입법목적에 비춰 보면, 대한민국의 군인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라면 이는 위 법률에 따른 군사기지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의 군인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는 그곳이 대한민국 영토 밖이든 외국군의 군사기지이든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장기간의 병영생활이 요구되는 병역의무의 이행 장소라는 점에서 다른 대한민국의 국군 군사기지와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논리로 주한미군기지에 있는 대한민국 국군부대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여전히 군형법이 적용되므로(즉 형법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므로), 비록 피해자인 B군인이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인 A군인은 처벌돼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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