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삼중수소 2.2g...1년간 비로 내리는 삼중수소는 5g"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원자력·방사성 폐기물·화학·핵의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근거에 의거해 후쿠시마 오염수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6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후 방류의 국내 영향'을 주제로 개최한 한림원탁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각각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데이터, 국내외 연구 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 및 삼중수소 피폭량에 대한 연구 결과를 들며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국내에 미치는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라고 말했다.
원자력 전문가인 정 교수는 "2011년 발생한 원전 사고 당시 후쿠시마 앞바다의 세슘-137(Cs-137) 농도가 리터당 1억밀리배크랠(mBq)이었는데 한국 해양에 미친 영향은 없었다"며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돼 있는 오염수 130만톤의 농도보다 훨씬 높았는데도 영향력이 미미했다면 이번 방류 역시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는 겨우 2.2g"이라며 "1년 동안 비에 섞여 내리는 삼중수소의 양이 5g인 것을 생각하면 그보다 적은 양을 30년에 나눠 방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 총량으로 따지자면 1년 동안 200g 정도의 삼중수소가 자연스러운 형성 과정에 의해 비로 내린다"라고 덧붙이며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배출될 삼중수소의 영향력이 거의 없음을 강조했다.
서 연구원도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오해가 크다며 국내 및 중국의 연구진이 각각 발표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예시로 들었다. 우리나라 해역에 4~5년 후에 유입될 후쿠시마 오염수는 0.00001배크렐(Bq) 정도로 "현재 국내 해역에 자연적으로 함유된 삼중수소 농도인 0.17보다 비교할 수 없이 적다"라고 말했다.
핵의학자인 강 교수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삼중수소는 우리가 늘 마시는 수돗물에도 들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삼중수소의 독성은 다른 핵종에 비해 매우 약한 편이며 인체 유입 시 물과 함께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된다"라고 설명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가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다'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동일했다. 토론회 패널들은 특히 SNS 및 매체 등에서 떠도는 오염수에 대한 추측들을 '후쿠시마 괴담'이라며 하나하나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 오염수 방류로 인해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김성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암병원장은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우리나라 국민이 노출될 방사선량은 1.6x10-12밀리시버트(mSv) 수준"이라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량이 많은 국가인 이란, 인도, 중국 등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암 발생률이 높다는 보고는 없다"라고 말했다. 삼중수소가 암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통계적으로 검증하려고 해도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오염수에 포함된 핵종 중 세슘과 플루토늄은 무거워서 가라앉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가짜 과학'이 매체를 통해 퍼졌다며 "원자·분자 수준에서는 지구중력에 의한 영향보다 열운동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상식을 외면한 괴담"이라고 말했다.
●삼중수소는 생체 내에 축적된다?
이 명예교수는 "마치 삼중수소가 몸속에 알갱이의 모양으로 떠다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오염수 속 삼중수소는 물"이라며 "물은 소문처럼 체내에 심각하게 축적되지 않으며 결국 빠져나간다"라고 설명했다. 또 항간에 떠도는 '오염수를 먹어도 된다'라는 표현은 최소한의 음용수로서의 수질 기능을 만족한다는 의미일 뿐 "우주정거장의 우주인이 자신의 소변을 정화해서 마시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듯, 처리수 음용도 '기술적으로는'가능하다는 뜻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방사능으로 인해 해산물을 먹을 수 없게 된다?
윤순창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우리 해양에서 관측한 세슘-137(Cs-137)이나 삼중수소의 수치를 보면 2011년 원전 사고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방사능의 세기는 해산물이나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윤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목소리가 높아져 과학자로서 자괴감이 깊어진다"고 토로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 중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없다는 질문에 대해서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모 교수를 섭외했으나 참석을 거절했다"라며 "의도적으로 패널을 구성한 것이 아니라 과학계의 실제 의견이 이렇다는 것을 이해해달라"라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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