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는 거미 국내 첫 발견

우리나라 첫 구슬거미과 동물
지난해 2월 경남 합천군 한 동굴에서 발견
눈이 아예 퇴화돼 존재하지 않아

구슬거미 수컷(왼쪽)과 암컷(오른쪽). 환경부

우리나라 최초로 눈 없는 신종 거미가 발견됐다. 거미의 이름은 ‘한국구슬거미’로 명명됐다. 동굴에서 빛을 받으면 영롱한 구슬처럼 보인데서 따왔다.

6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이 거미는 동굴에 적응해 사는 과정에서 눈이 아예 없어져 버렸다. 

거미는 지난해 2월 경남 합천군의 한 동굴에서 처음 발견됐다.

발견 당시 거미는 처음 발견된 동굴의 입구로부터 약 80m 정도 들어간 곳에서 서식하고 있었다. 내부가 어둡고 기온과 습도가 일정한 곳이었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서식한 거미는 동굴 안의 환경에 적합하게 진화했다. 습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리가 길어졌고, 태양광선이나 포식자를 고려할 필요가 없어 몸 색깔이 매우 엷어졌다.

가장 큰 특징은 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 다리 쌍에 나 있는 구멍이 감각기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구슬거미는 한국에서 기록된 첫 구슬거미과 동물이다. 진동굴성 거미 중에 눈이 완전히 없어진 종도 한국구슬거미가 유일하다. 진동굴성이란 일생을 동굴의 내부에서 보내는 습성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 거미를 올해 안으로 ‘국가생물종목록’에 신종으로 등록해 관리할 예정이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발견은 우리나라 생물주권 강화를 위한 기초 성과 중 하나"라며 "동굴성 무척추동물의 본격적인 조사·연구 활성화는 물론 동굴 보전·관리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