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200만명이 빠져든 피클볼…부상 치료비만 올해 5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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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작년 7월 블로그에 피클볼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게이츠는 “나는 이 웃기는 이름의 생소한 스포츠를 50년 전부터 즐겼다”며 “내가 가장 즐기는 취미가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가 됐다”고 했다.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을 섞어놓은 듯한 라켓 스포츠인 피클볼이 요즘 미국에서 인기 폭발이다. 미국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게이츠처럼 피클볼을 즐기는 ‘피클러(pickler)’는 2017년만 하더라도 310만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90만명까지 늘었다. 올해는 223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내다봤다.
피클볼은 1965년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즐길 쉬운 스포츠’를 고민하던 가장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피클볼의 플라스틱 공은 테니스공이나 배드민턴 셔틀콕처럼 빠르게 날아가지도 않고, 코트 바닥에서 강하게 튀어오르지도 않는다. 라켓 역시 테니스 라켓에 비해 짧고 가볍다. 커다란 탁구채와 비슷한 모양이다. 배우기 쉬워 특히 고령층에서 인기가 파죽지세다. 피클볼 단체 ‘USA 피클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미국 내 3만8000개의 피클볼 코트가 있었고, 매월 90개 정도씩 늘어난다.
열광적인 피클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마켓리포츠월드는 지난해 13억2000만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피클볼 관련 산업 규모가 2028년에는 23억7000만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 프로농구(NBA)의 스타 플레이어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랜트, 미 프로풋볼(NFL) 선수 톰 브래디는 피클볼 팀을 직접 사들여 구단주가 되기도 했다. 라켓을 포함한 장비 판매가 호조를 보여 스포츠 용품 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반면 보험사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피클러의 절반 이상이 55세 이상인데, 이들이 피클볼을 하다 다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그와 연동해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UBS는 “올해 피클볼을 하다 다치는 바람에 6만7000명이 응급실을 찾고, 36만6000명이 진료를 받을 것”이라며 “이들을 치료하는 데 모두 3억7700만달러가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피클볼을 꾸준히 즐기면 콜레스테롤 수치나 혈압이 내려가고 폐활량도 늘어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상을 입는 고령 피클러가 속출하면서 건강을 위해 즐기는 스포츠 탓에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미국에서 피클볼 관련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의 86%가 60세 이상이었다.
피클볼발 의료비 급증 우려 등으로 미국 보험사들은 주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14일 대형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 주가는 6.4% 급락했다. 회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고관절·무릎 수술 등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같은 날 다른 보험사 휴마나 주가도 비슷한 이유로 11.2% 폭락했다. UBS는 “요즘 고령층의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태도는 부상 위험을 높이고, 수많은 정형외과 수술로 이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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