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민주당 지지율, 후쿠시마 여론에도 제자리

2023. 7.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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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정치평론가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의 분수령이 될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왔다. 중간 결과 보고에서 감지된 내용 대로 일본의 다핵종여과장치(ALPS) 시스템으로 방류를 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4일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일본은 과학적 검증 결과를 손에 쥐고 원전수를 방류하는 날짜만 조율 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본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대한 국내외 논란이 많았는데 IAEA 보고서를 기점으로 또 하나의 중대 분기점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에서 점검 일정을 마무리하고 7일부터 한국을 비롯해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은 국가들을 차례로 방문해 구체적인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정치권은 IAEA 보고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이다. 보고서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여당인 국민의힘은 '괴담 선동'을 하지 말라며 몇몇 의원들이 수족관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의 원전수 방류는 절대로 윤석열 정부가 용인해서는 안 된다며 소속 의원들의 단식까지 이어졌다. IAEA 최종 보고서에 대한 평가 역시 정반대다. 국민의힘은 IAEA 최종 보고서 내용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일본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들과 함께 하는 장외 집회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국민들의 여론은 어떨까.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6월 27~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7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후쿠시마 방류가 우리나라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됩니까, 걱정되지 않습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걱정된다는 답변이 78%로 응답자 10명 8명 가까운 압도적인 비율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걱정된다는 의견이 53%로 절반이 넘었다.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가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대한 공방이므로 후쿠시마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10명 중 8명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비율이라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은 중대한 영향을 받아야 마땅할 것으로 판단될 것이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와 동일한 36%였다. 킬러 문항과 공정 수능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후쿠시마 방류 이슈가 있지만 대통령 긍정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내려가 56%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3%, 더불어민주당 34%,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28%로 나왔다. 양대 정당의 지지율 차이가 거의 없고 무당층 비율이 주요 정당의 지지율 만큼이나 높은 편이다. 후쿠시마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로 오롯이 옮겨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의원들이 장외 집회에 나가고 후쿠시마 방류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지지율에 특별히 반영되지 않고 있는 현상이다. 유권자들의 의사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대한 국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제자리 걸음이거나 일부 조사에서 내려가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우선은 '정치권의 진영 대결 구도'에 기인한다. 양 진영의 지지층이 견고할 대로 견고해져 거의 모든 이슈에서 진지를 구성하고 대결하는 '고지전'이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유권자들의 학습 효과'도 한몫하고 있다. 2008년 광우병 트라우마로 큰 혼란을 빚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중도층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 2008년 광우병은 우리 정부의 의사 판단이 핵심적이었다면 일본 원전수 방류는 일본 정부의 판단일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까지 관여되는 이슈다. 우리의 맹방인 미국은 IAEA 보고서를 지지하는 성명을 낼 정도다. 후쿠시마 방류 관련 여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을 올려주는 기회 변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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