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신발’ 조롱받던 호카가 미국인들 사로잡은 비결은?

홍준기 기자 2023. 7.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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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Biz Pick] 美 신발 업계의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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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선을 보인 미국 운동화 브랜드 호카(Hoka)는 신발 바닥과 안창 사이 중창(midsole)이 유독 넓적하고 두툼한 디자인 탓에 ‘못생긴 신발’로 불렸다. 하지만 발이 편하다는 소문이 퍼지며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호카

“흉물스럽다.” “광대들이 신는 신발 같다.” 2009년 첫선을 보인 미국 운동화 브랜드 호카(Hoka)는 늘 이런 혹평을 받았다. 신발 바닥과 안창 사이 중창(midsole)이 유독 넓적하고 두툼한 디자인 탓에 ‘못생긴 신발’로 불렸다.

하지만 발이 편하다는 소문이 퍼지며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달리기 동호인들을 시작으로 간호사나 식당 종업원처럼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호카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미국 아웃도어 기업 데커스가 호카를 인수한 2012년 매출은 300만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14억1000만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최근 5년 사이만 보더라도 매출이 9.4배 늘었다. 데커스 매출에서 호카의 비율은 2017년 5.8%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40% 가까운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겨울용 부츠로 유명한 데커스의 주력 브랜드인 어그(UGG)의 매출을 추월했다. 덕분에 데커스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115.7% 급등했다. 호카가 미국 신발 업계에 태풍을 불러온 셈이다.

그래픽=김의균

호카가 인기를 끄는 비결은 우선 발이 편한 운동화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데 있다. 분명하게 디자인보다는 기능에 무게를 둔 것이다. 호카 특유의 두껍고 넓은 중창은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해준다. 신발이 전체적으로 발을 잘 감싸도록 설계해 안정감을 더했다. 덕분에 발은 편하고, 부상 위험은 줄어든다. 또한 바닥면이 완만한 곡선 형태라 바퀴가 굴러가듯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동 창업자인 장 리크 디아르와 니콜라스 메르무드가 2009년 사업을 시작할 때 정한 브랜드 이름인 ‘호카 오네 오네(Hoka One One)’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말로 “땅 위를 날다”라는 의미다. 간결한 디자인이 인기를 끄는 미니멀리즘의 시대에 반대로 풍성한 부피감을 강조하는 맥시멀리즘으로 승부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다른 판매 전략도 성공 요인이다. 충분히 인지도를 쌓기 전까지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신발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항상 수요에 비해서 더 적은 물량을 공급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운동화가 되기보다는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만 어렵게 구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들은 운동화 공급을 급격히 늘리면 당장의 매출을 늘릴 수는 있지만, 브랜드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실제로 희소 가치를 유지하는 전략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도움이 됐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호카 운동화를 신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는 등 유명인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었다. 데커스 임원들은 “호카 운동화 파는 곳 참 찾기 힘들다”는 말을 들을 때 기뻐했다고 한다.

또한 호카는 125달러 이상 가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풋 로커와 같은 유명 운동화 판매점에 입점할 기회가 있었지만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대형 매장을 통해 운동화가 대량 공급되기 시작하면 가격을 무리하게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호카 경영진은 마치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길게 보고 사업을 했다”며 “모든 소비자를 사로잡으려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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