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출신 족쇄 아냐"…'좋댓구' 오태경, 최민식 아역→유튜버(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오태경이 오태경으로 나온다는 설정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언제 또 해보겠냐는 생각을 하니 안 할 이유가 없더라. 이 영화가 저의 대표작이 될 거 같다.(웃음)”
오태경(40)은 6일 오후 서울 성수동 키다리스튜디오에서 열린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제 이름의 캐릭터를 맡는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유혹이었다”라며 영화 ‘좋.댓.구’에 유튜버로 출연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에 대해 이 같이 털어놨다.
‘좋.댓.구’(감독 박상민, 제작 영화사 업, 제공 키다리스튜디오,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키다리스튜디오)는 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2003)의 오대수(최민식 분) 아역으로 한때 이름 좀 날렸던 배우 오태경(오태경 분)이 유튜브의 노예로 화려하게 ‘떡상길’을 걷던 중 한순간에 주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공포영화 ‘곤지암’(2018)의 공동각본을 맡았던 박상민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속 유튜버 오태경 캐릭터는 오태경이 살면서 실제로 겪었던 일들과 박상민 감독의 상상력을 적절하게 섞어 창조한 인물이다. 이날 그는 “오프닝에서 배우 오태경에 관해 설명하는 부분은 다 사실”이라며 “그 이후에 나오는 오태경의 삶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버 리오(오태경) 역의 오태경은 ‘닮은 부분이 있을 거 같다’는 말에 “왁자지껄 한 부분은 비슷하지만, 전반적으로 제 실제 성격과는 다르다”고 비교했다.
그는 박상민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고 부담감은 있었지만 설레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완성본이 만족스럽다”는 오태경은 “감독님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정말 천재 같다. 특히 결말이 마음에 든다”고 자신했다.
오태경은 “부천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 그날은 저만 봤다.(웃음) 언론시사회에서 두 번째로 볼 때 비로소 스토리 등 전체적인 것들을 보게 됐다. 특히 두 번째 볼 때 영화 속 댓글 위주로 봤다. 감독님의 말씀대로 (유튜브 채널 속) 댓글 보는 재미가 쏠쏠한 거 같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2번 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어제(5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박상민 감독은 극 중 댓글을 드라마 대사처럼 썼다면서 ‘N차’ 관람시 채팅창에 집중해서 보라고 강조했다.
오태경은 이번 영화를 통해 유튜버에 도전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관심있게 보게 됐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유튜브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고.
“프리 단계에선 수월하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시작 후 맞닥뜨리고 나니 부담이 됐다. 유튜버들처럼 하이텐션으로 가면 정보전달에 신뢰가 쌓이지 않을 거 같았.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한 말투의 버전으로 찍어봤다.”
‘좋댓구’는 유튜브, 메신저 등을 스크린으로 이야기하는 스크린라이프 장르이기에 영화 속 장면 대부분의 신을 원테이크로 갔다고 한다.
“유튜브 라이브 장면이 많다 보니 연기하다가 어느 순간 저도 헷갈리게 됐다. 저를 비롯해 감독님이 중간에 모여서 회의를 거듭했다. 또한 촬영감독님은 앵글을 잡을 때 영화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하셨다.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힘드셨을 것이다.”
오태경은 유튜버를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 “한 장면에도 대사가 너무 많아서 진짜 죽을 뻔했다. 방대한 대사와 원테이크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거다. 한 번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가야 했다”며 “촬영하면서 힘들었는데 저는 대사가 많고 날 것의 느낌을 내는 게 어려운가 싶었다. 그 부분을 고민해도 어느 순간부터 해소가 안 되더라. 그래서 멘붕이 왔다. 답답한 마음을 분석해보니 제가 혼자 연기해야 해서 외로운 거였다. 그 지점이 너무 힘들었다. 연기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 앙상블을 이뤄야 하는데 저는 대부분 혼자 연기해서 외로웠다”고 답했다.
이어 “혼자 하다 보니 내가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잘했나 싶었는데 감독님이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지금껏 해온 작품들 가운데 가장 힘들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1988년 MBC 드라마 ‘베스트셀러극장’으로 데뷔해 ‘육남매’(1998), ‘허준’(2000)으로 얼굴을 알렸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오대수의 어린 시절로 관심을 받았다. 성인이 된 후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게 돼 건강 회복을 위해 일정 기간 연예 활동을 중단했었다.
오태경은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연기 활동에 족쇄가 되진 않느냐‘는 질문에 ”아역 출신이라는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배우로서 기회를 기다리고 버티고 있다는 점은 같다“고 답했다.
이어 ”법적으로 성인이 되고 나서도 25살까지 10대 역할을 했었다. 당시에도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내가 서른 살이 됐을 때 누가 나에게 10대 역을 시켜주실까?’ 싶다고 말했었다. 연기가 계속 하고 싶은 거라면 지금 나에게 어울리는 역할에 따라 가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봤다.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고민과 부담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태경은 이달 12일 개봉하는 ‘좋댓구’가 자신의 대표작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저의 뚜렷한 대표작으로는 ‘올드보이’와 ‘알포인트’가 있는데 이제는 ‘좋댓구’가 저의 대표작이 될 거 같다.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다“라고 확신에 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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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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