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반도체 등 논의 '물꼬'… 극적 합의는 어려울듯

정지우 2023. 7. 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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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美재무장관 방중… 中경제지도부·부총리 등과 회동
수출제한·기후변화 등 의제 전망
"문제 단번에 해결되진 않을 것"
외신들, G2 소통 재개에 의의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미국의 경제 사령탑으로 인식되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사진)이 6일 밤 중국을 방문했다. 관세, 반도체·광물을 비롯한 수출 제한, 환율, 미국의 디리스킹(위험제거), 인권,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양국 모두 국익과 안보를 내세우며 현재도 반도체와 광물 수출 통제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만큼 그의 방중이 미중 관계의 극적인 '봉합'을 가져다주긴 힘들 것이라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 의견이다.

■관세·환율·반도체·광물 등 논의

중국 외교부와 외신을 종합하면 옐런 장관은 9일까지 중국 베이징에 머무른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기간 동안 류큔 재정부장(장관)을 비롯해 허리펑 부총리, 리창 국무원 총리 등을 잇달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의 카운터파트는 직위상으론 류 부장이다. 그러나 옐런 장관은 허 부총리 이전의 류허 부총리와 대화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 부총리가 될 수도 있다. 옐런 장관이 미국의 경제 사령탑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리 총리와도 소통이 가능하다.

방중이 나흘간 이뤄지므로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기업들·상공회의소 등과 간담회 형식의 일정을 짰을 가능성도 있다. 이 자리에서 청취하는 자국 기업의 어려운 상황을 묶어 중국에 요구할 그림도 그려진다.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 등이 주요 사안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간첩법은 중국의 국가 안보·이익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저장·제공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으며, 대외관계법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 안보 및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반격 및 제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 골자다.

■대중국 고율 관세도 논의 전망

중국 경제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선 이들 문제와 함께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중국과 이른바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중국 상품에 부과한 3000억달러 이상의 관세를 아직 철폐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고율 관세는 변동이 없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다.

미국 측은 2020년 1차 무역합의 당시 약속했던 문제들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은 상태라고 맞선다. 미국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꾸준히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났고, 미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시 합의 준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옐런 장관은 관세 철폐를 주장하는 쪽이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됐고, 국가 전체적인 대중국 정책으로 볼 때 급진적 양보는 없다는 게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

또 위안화 환율, 즉 중국이 미국 국채를 추가 보유하거나 축소할 것인지 등 미중이 재정·금융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고, 중국 역시 경기 둔화 위기에 직면했다. 양국이 상호 경기부양 차원에서 정치적 장애물을 넘어 금융·재정적 협력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아울러 '미국의 반도체 대중국 수출 제재 →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 반격 → 미국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중국 업체의 접근 제한 재보복' 등 얽히고설키는 제재와 통제가 대화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합의보다는 소통 지속에 의의

다만 이 사안은 옐런 재무장관보다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역할 범위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합의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 이후 옐런 재무장관이 보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처럼, 러몬도 장관도 조만간 중국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지난달 미국으로 건너가 러몬도 장관을 만난 만큼, 러몬도 장관의 답방이 이뤄질 차례라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외신들은 가시적 성과보다는 블링컨 장관에 이어 소통의 문을 다시 열어간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영국 BBC방송에 "옐런 방중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한다. 그는 양국 관계를 복구하거나 중국의 수출통제·관세 해제 요청에 응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외 대만이나 우크라이나, 신장위구르자치구.티베트 인권, 기후변화, 지식재산권 등도 논의 대상에 거론된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옐런은 대중국 디커플링(산업망과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배제) 거부와 대중국 고율 관세 인하에 대해 목소리를 내 왔다"면서도 "골치 아픈 문제들이 한 번의 방문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최소한 양국 경제 ·무역 관계 발전을 막아온 문제들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논의는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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