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만 찾는 '바르셀로나의 부엌'…'스린 야시장'엔 500개 점포 즐비

양지윤 2023. 7. 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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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현지인의 미식문화 맛본다
매력적인 여행지 전통시장

7월. 바야흐로 여행의 시간이다. 낯선 도시로 향하는 여행자들이 현지 문화와 가장 쉽게 친해질 방법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전통시장에 가는 것이다. 활력 넘치는 상인과 손님들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그 도시의 일부가 돼 있는 걸 깨닫는다. 전통시장이 매력적인 여행지인 이유는 그들의 미식 문화가 곧 삶을 나타내는 전부이기 때문일 테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유명 레스토랑도 좋지만 시장에 가야 현지 사람이 평소 먹고 마시는 ‘진짜 로컬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제철 음식은 뭔지, 같은 식재료를 이들은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가는 과정도 재미있다. 시장 상인들이 인심 좋고 친절한 건 전 세계 공통이다. 비대면 숍이 늘어난 시대에 누구나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고 동네 사람들만 아는 쏠쏠한 정보를 건네주는 것도 전통시장의 큰 매력이 됐다. 올여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동네 곳곳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보자. ‘꼭 가야 할 곳, 가장 먼저 들를 곳’에 이름을 넣어두면 순식간에 현지인이 될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부엌'에서 만나는 미식


스페인은 ‘식재료의 천국’이라 불린다.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이 나라는 북쪽으로 피레네산맥, 동쪽으로는 지중해, 서쪽으로는 대서양을 끼고 있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에 연중 온화한 기후, 비옥한 토양까지 갖춘 스페인은 올리브 토마토 오렌지 등 과일·채소뿐 아니라 고기와 해산물까지 각양각색의 식재료가 넘쳐나는 축복을 받았다.

스페인 식재료를 한데 모은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온갖 식재료가 다 있다고 해서 ‘바르셀로나의 부엌’이라는 별칭을 지녔다. 상자 한가득 진열된 색색의 과일, 탐스러운 채소와 신선한 해산물, 하몽(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숙성한 햄)과 치즈 등이 복작복작 모여 다채로운 풍경을 완성한다.

하루 30만 명이 방문한다는 보케리아 시장의 역사는 12세기부터다. 바르셀로나로 들어오는 출입문 중 하나인 ‘플라 데 라 보케리아’에서 농부와 도축업자들이 모여 채소 및 고기 등을 팔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는 게 정설이다. 18세기 들어 바르셀로나 시가지가 확장되며 출입문이 철거됐고, 시장은 산호세 수도원의 밭으로 장소를 옮겼다. 19세기에는 산호세 수도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보케리아 시장이 자리 잡았다. 보케리아 시장의 또 다른 이름이 ‘산호세 시장’인 이유다.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신선한 먹거리도 보케리아 시장의 매력 포인트다. 오징어구이, 조개구이, 새우튀김 등 신선한 해산물을 즉석에서 조리한 음식이 유명하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새벽부터 나와 직접 요리해주는데, ‘피노초 할아버지’는 시장 방문객들과 함께 사진도 찍어준다. 빵 위에 고기·야채 등을 올려 먹는 타파스, 스페인식 볶음밥인 파에야와 과일주스, 그리고 하몽과 소시지도 보케리아 시장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 식사 시간대에 방문하면 전채와 메인요리, 후식으로 구성된 세트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식당을 찾아볼 수 있다.

100년 넘은 대만 스린 야시장 '음식천국'


전통시장 중에서도 ‘야시장’은 현지음식을 가장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빽빽하게 들어선 점포들이 뿜어내는 형형색색 조명과 골목을 가득 메운 음식 냄새가 낮과는 또 다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야시장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는 대만이다. ‘야시장을 안 갔다 왔다면 대만을 다녀온 게 아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루 세끼를 모두 밖에서 해결하는 게 일상일 정도로 외식이 흔한 대만에서는 특히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간식 개념의 ‘샤오츠(小吃)’가 발달했다. 샤오츠를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야시장이다. 지파이, 카스텔라, 버블티, 펑리수, 망고빙수까지. 이름만 대면 알 법한 대만 샤오츠가 모두 모여있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만 크고 작은 야시장이 수십 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한 곳으로는 ‘스린 야시장’이 꼽힌다. 스린 야시장의 역사는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교 사원인 스린 자성궁 앞에 노점상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고 1913년부터는 야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스린 야시장 건물은 노후화 문제로 2002년 철거됐는데, 이후 재건축을 거쳐 2012년 지금의 모습으로 재개장했다.

500개 넘는 점포가 빽빽이 들어선 스린 야시장은 미로 같다. 지하 3층부터 지상 1층까지 있는 시장 건물과 그 인근 상점가까지 모두 야시장 상권이다. 지상층에는 먹거리를 파는 가게 외에 액세서리·옷을 파는 잡화점, 다트게임·사격 등을 즐길 수 있는 오락실이 즐비했다. 스린 야시장의 백미는 지하 1층 푸드코트다.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으로도 북적이는 푸드코트에서는 곱창국수 만두 굴오믈렛 취두부 꼬치 등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야시장인 ‘화시제 야시장’도 유명하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홍등가였는데 정부가 이곳을 야시장으로 바꾸면서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예전에 ‘뱀 잡는 골목’으로도 알려졌던 만큼 지금도 뱀 자라 등 각종 보양식을 파는 상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시제 야시장의 대표 먹거리는 간장에 졸인 돼지고기를 올린 덮밥 ‘루러우판’과 빵에 삼겹살, 피클, 고수 등을 넣은 대만식 찐빵 등이다. 이 음식들을 파는 노포 중에는 미쉐린 빕구르망에 선정된 곳도 있다.

타코에 맥주 곁들인 '뉴욕 야시장'


‘잠들지 않는 도시’ 미국 뉴욕의 밤을 즐기고 싶다면 브루클린에 있는 야시장 ‘브루클린 나이트 바자’를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야시장이 열리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이 되면 이 일대가 젊은이로 가득 찬다. 타코, 롤, 감자튀김, 피자,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거리와 액세서리 등을 파는 작은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브루클린 나이트 바자에서는 라이브 밴드 콘서트와 DJ 공연도 함께 열리는 만큼 맥주를 곁들이며 밤 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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