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빚의 긴 터널, 희망의 빛을 찾아

김충제 2023. 7. 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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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를 아득바득 물며 간신히 견디고 버텼다.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아끼다 보면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 볕들 날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 희망고문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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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자는 명목하에 하나둘 시작되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으로 지워진 빚이 한가득이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사업장이 내 명의로 되어 있던 탓에 모든 지출 역시 내 카드로 사용했었는데, 매장 상황이 나빠지기만 하니 하루이틀 카드대금이 연체되기 시작했다. 나는 회사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부족한 돈을 충당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월급을 통째로 가져다 넣어도 티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를 아득바득 물며 간신히 견디고 버텼다.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아끼다 보면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 볕들 날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 희망고문을 하면서. 그러나 어느덧, 스물여덟. 20대의 대부분을 보낸 뒤 나에게 남은 것은 내가 사용하지도 않은 몇천만원의 빚과 가족들의 외면이었다. (중략) 부모님은 죄책감에 연락을 피했고, 언젠가는 함께 이 짐을 나눠주겠지라고 생각했던 동생들은 저 살길만 좇아 떠났다. 그 누구도, 나를 돕지 않았다."

2023년 신용회복 이용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그때의 나는"에서 발췌한 사연 중의 한 대목이다.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는 지난 20여년간 신용회복 제도를 통해 재기에 성공한 분들의 사연을 통해 과중한 채무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자 수기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총 11편의 우수작이 선정됐다.

지난 28일 개최됐던 공모전 시상식에는 진주, 부산, 순천 등 전국에서 모인 수상자들이 참석했고 참석자 모두는 신복위 제도를 통해 채무문제를 극복하고 이제는 희망을 찾아 행복을 꿈꿀 수 있다며 신복위와 직원들에게 정말 감사한다는 말을 쏟아내어 필자를 몸 둘 바 모르게 했다.

가족과 친구에게 외면당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회피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용기를 갖기까지의 어려운 과정에 마음이 먹먹하고, 다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며 이제는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가슴 가득 뿌듯함과 함께 신복위가 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많은 분에게 희망을 주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

신복위는 과중한 채무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이자율 조정과 분할상환, 상환유예 등을 통해 장기간 채무를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의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채무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또한 사전 신용상담을 강화하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신용복지 연계서비스와 신복위를 통해 지원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법원과 협력도 강화하는 등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신복위를 몰라서 어두운 터널에서 희망을 잃고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분들을 일으켜 세울 따뜻한 말 한마디, 따뜻한 시선 한자락이 얼마나 큰 용기와 격려가 될 수 있는지가 수상작을 통해 널리 전해지기를 바란다.

신용회복 이용수기 수상작을 엮은 수기집을 제작하고 있다. 신복위를 통해 재기에 성공하고 이제야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어 감사하지만, 다시는 찾아오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살겠다는 수상자의 소감이 감사하면서도 아련하다. 많은 분들이 사연을 읽고 희망을 넘어 행복을 꿈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연 신용회복위원장 서민금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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