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발레 무용수 몸짓으로 다시 태어난 `레미제라블`

2023. 7. 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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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시어터샤하르' 20주년 맞아 공연
발레 중심으로 서커스·뮤지컬 등 인용
무대서 과거·현재 공존하는 이중구도
소설 끝부분 처음에 넣어 '용서' 강조
'레미제라블'의 안무가 지우영
레미제라블 공연사진
레미제라블 공연사진
레미제라블 공연사진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창작발레 '레미제라블' 안무가 지우영

한 편의 소설은 어떻게 공연으로 재탄생했을까?

요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연들이 꽤 무대에 오른다. 국내에서는 발레·뮤지컬·판소리가 이탈리아에서는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00개 이상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한 편의 소설이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안무가이자 한 단체의 단장, 대사를 직접 쓰는 작가이며, 리허설 무대를 가로지르는 연출가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했다. 문학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창작이 어렵지 않냐고 묻자 "머릿속에 든 이야기가 너무 많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책을 줄줄 외던 그는 상상력으로 가득 차다 못해 넘쳐흐르는 머리를 가볍게 할 방법을 알아냈다. 그렇게 20년 동안 20여 개의 창작발레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머리는 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방증으로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그가 창단한 단체 '댄스시어터샤하르'는 여태껏 시도되지 않았던 소설 '레미제라블'의 전막 발레에 도전한다.

-창작발레 '레미제라블'은 2020년 전막 초연 후 방방곡곡문화공감 사업을 통해 공연된 바가 있습니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의 공연은 단독 공연이 아니었기에 짧은 분량이었는데요. 이번 공연은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창단 20주년을 맞이하여 120분 분량으로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이전 공연에서 사용했던 영상을 수정했고,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도 고민 중입니다. 출연자도 바뀌었죠. 이번 공연에는 무용수 스테파니 킴과 정민찬이 함께 합니다."

-각각 코제트 역과 마리우스 역을 맡았죠! 두 무용수와의 인연도 궁금합니다.

"두 무용수 모두 아주 오래된 인연이에요. 정민찬은 오랫동안 우리 단체의 무용수로 있었죠. 이번에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에 참가했다는 소식에 응원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스테파니 킴의 경우 '한여름밤의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할 때 주역 무용수를 찾을 수가 없던 상황에서 급하게 만나 알게 됐습니다. 그때로부터 벌써 9년이나 알고 지냈네요."

-다른 배역 역시 눈에 띕니다. 장 발장(강준하 분), 자베르(김남진 분) 외에 젊은 장 발장(윤전일 분), 젊은 자베르(한선천 분)라는 창작 역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무대 위에서 공존하는 이중 구도로 연출 방향이 짜이면서 역할을 분리해야 했습니다. 보통 '레미제라블'의 시작은 장 발장이 빵을 훔치는 장면이나, 석방되고 은촛대를 훔치는 장면으로 시작하죠. 그러나 이 공연은 소설의 끝인, 장 발장과 자베르가 하수도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사건의 순서를 뒤집은 이유가 있을까요?

"소설을 무대로 각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작의 의도입니다. 저는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이 '용서'라고 생각해요. 장 발장이 자베르를 보내주는 그 장면은 두 주요 인물의 용서가 이루어지는 순간이고, 이를 강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첫 장면으로 끌고 왔습니다."

-그 외에 무대로 올라온 중요한 사건이 있다면요?

"원작의 색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있습니다. 중요하게 꼽히는 혁명 장면이 그렇죠. 여기에는 특별한 무용적 요소도 있는데, 관객 중에는 이 부분을 명장면으로 꼽는 이들이 많더라고요."

-'레미제라블'하면 음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어떤 곡이 연주되나요?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유명하다 보니, 그 음악을 기대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음악을 사용할 수는 없죠. 그럴 필요도 없고요. 제 작품의 원작이 소설이기 때문에 춤에 영감을 주는 음악을 사용했습니다. 프랑스 작곡가 펠리시앵 다비드(1810~1876)의 작품을 사용합니다."

◇발레 각색에선 음악이 중요하다

-이번 '레 미제라블' 외에도 기존 작품을 각색하는 시도를 여럿 했습니다. 소설 '소공녀'도 선보였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도 동명의 발레로 제작했습니다.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한여름밤의 호두까기 인형'으로 만들기도 했죠. 각색을 시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른 작품을 바라볼 때면 비틀고 싶어지는 지점, 궁금해지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한여름밤의 호두까기 인형'은 "'호두까기 인형'에는 왜 호두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그런 질문에서 이야기가 점차 불어나죠. 항상 남성에게 구원을 손길을 기다리는 여성 대신 진취적인 여성상을 넣게 되고, 현대 인류를 위해 실험당하는 흰색 쥐를 추가하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호두파이의 나라가 나오고, 어린 클라라가 아닌 결혼한 성인 클라라가 등장하고, 악역인 쥐들이 흰색 실험용 쥐로 대체됐죠."

-각색할 때 가장 중요한하게 생각 것은 무엇일까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원작자의 의도가 중요합니다. 그다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아이와 함께 보러온 어른이 더 감동하는 작품처럼요.(웃음)"

-그 과정에서 알맞은 음악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발레에서는 음악이 정말 중요합니다. 발레 공연을 관람할 때면 몸동작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음악에 집중해보는 것도 발레 '레미제라블'을 즐기는 한 방법일 것입니다. 안무를 짤 때 음악의 감성을 더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안무작들 중 창작발레로 태어났지만, 여러 장르가 담겨 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한국은 발레·현대무용·한국무용이라는 장르 구분이 아주 엄격합니다. 이로 인해 장르 구분에 대한 인식도 깊게 박혀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를 탈피하고자 여러 장르를 인용했습니다. 댄스시어터샤하르에도 과반수가 발레 전공자이지만, 다른 전공자도 있습니다. 서커스를 하거나, 뮤지컬을 하는 단원들이죠. 발레에 중심을 두고 있지만, 댄스시어터샤하르의 활동을 보다 폭 넓게 바라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월간객석 이의정 기자·사진=댄스시어터샤하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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