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속도로 백지화” 원 장관, 지금 화낼 사람이 누구인가

한겨레 2023. 7. 6. 18: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추측과 정황만으로 찔끔찔끔 소설 쓰기나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국토부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 수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추측과 정황만으로 찔끔찔끔 소설 쓰기나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국토부 장관인 저를 고발하라. 수사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 대신 고발 수사 결과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고 무고임이 밝혀지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라”라고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지금 화를 낼 사람이 누구인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건가. 그리고 왜 다들 툭하면 ‘나는 장관직을 걸 테니, 넌 뭘 내놓겠느냐’는 말을 협박처럼 내뱉는가. 장관직이 노름판 판돈인가. 근거 없는 의혹이라면 합리적으로 반박하면 될 일인데,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극단적 반응을 보이는 장관의 행태는 괴기스럽다. 오랫동안 국회의원 활동을 해온 원 장관이 국정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를 ‘무고’로 인식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무엇보다 2017년부터 추진돼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국가기간사업을 마치 화풀이하듯 장관 혼자 기분 내키는 대로 중단할 수 있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국정 운영을 이렇게 하는 건가.

애초 논란은 예타까지 마친 양평고속도로 종점이 윤 대통령 처가 소유 땅 근처로 바뀐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그리고 국토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대로 못 하니 의혹이 점점 커진 것이다. 국토부가 지난달 8일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고 기재돼 있다. 그렇다면 왜 변경했는지, 누가 변경했는지, 그 절차는 합당했는지 등을 국민들께 설명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원 장관은 야당을 향해 “필요하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 “의혹 제기하는 이들이 처음부터 노선 결정 과정에 관여하라”고 하는 등 감정적 언사를 마구 내뱉고, 갑작스레 백지화를 선언했다. 교통정체 완화 목적으로 추진됐던 일인데 ‘골탕 좀 먹어보라’는 건가. 지역주민들을 볼모 잡고 사업 백지화 원성을 야당에 돌리려는 떼쓰기인가.

원 장관은 오랫동안 대선주자급으로 오르내렸고, 지금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한명이다. 한때는 보수정당의 개혁세력 대표주자였다. 그런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던가. 적반하장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들지 말고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지고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 직은 이럴 때 거는 것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