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불꽃, 때로는 바다 같았던 '젊은 거장'의 마스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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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心琴)을 울리다." 너무나도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표현만큼 젊은 거장의 연주를 정확히 묘사하는 말을 찾기란 너무도 어렵다.
2018년 한 인터뷰에서 "30대가 되면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 조성진은 1994년 생으로, 어느덧 한국 나이로 30대에 접어들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당시 대담한 해석으로 폴로네이즈 상도 함께 수상한 조성진인만큼 그의 연주가 시작되자 모든 관객들은 놀란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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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라벨·슈만 등 들려줘
'경지'에 오른 해석과 연주에
청중 2500명 전원 기립박수
8일부터 대전 등 투어 공연
“심금(心琴)을 울리다." 너무나도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 표현만큼 젊은 거장의 연주를 정확히 묘사하는 말을 찾기란 너무도 어렵다.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2500석의 객석을 꽉 채운 청중들의 마음에 조성진의 연주가 가닿았다. 무대 중앙의 스타인웨이에서는 때로는 뜨거운 불꽃 같은, 때로는 고요한 바다 같은 정반대의 소리가 조화 속에 뿜어져 나왔다.
2년 만에 리사이틀에서 조성진은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 중 1·2·4·5번을 첫 곡으로 들려줬다. 2018년 한 인터뷰에서 “30대가 되면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는 조성진은 1994년 생으로, 어느덧 한국 나이로 30대에 접어들었다. 시간 속에 더욱 깊고 원숙해진 그의 연주에 브람스는 잘 어울렸다.
모리스 라벨의 ‘거울’은 올해부터 조성진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곡이다. 난해한 해석과 초고난도의 연주로 유명한 라벨이지만 거울의 해석은 특히나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정상급의 연주자라도 거울을 연주하며 길을 잃기가 일쑤다. 1곡 ‘나방'의 시작부터 함께 한 조성진의 과감한 해석은 어쩌면 청중들에게 의아함을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르지만, 다음 곡으로 넘어갈수록 그의 해석에 관객들도 점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4곡 ‘어릿광대의 아침노래’는 탁월했다. 곡 후반부의 글리산도와 아르페지오, 연속 타건 구사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다.
마지막 곡은 로베르트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이었다. 제목부터 ‘교향적’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만큼 이 곡의 구성은 방대하고 복잡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조성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주를 해 냈다. 피아노 한 대 뿐이지만 정말로 교향곡을 듣는 것 같은, 오케스트라가 함께 있는 듯한 감정이 느껴졌다. 주제와 변주도 너무 색채가 달라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앙코르는 총 세 곡이었다. 처음으로 헨델의 미뉴에트 G단조를 들려 준 조성진은 두 번째로 전날 프로그램에 포함된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를 들려줬다. 이틀 연속 공연장을 찾지 못한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불안한 불협화음과 변화무쌍한 변주에도, 오랜 시간 연주에 지쳤을텐데도 조성진의 독주는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마지막 앙코르는 쇼팽의 폴로네이즈 6번 ‘영웅’이 장식했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당시 대담한 해석으로 폴로네이즈 상도 함께 수상한 조성진인만큼 그의 연주가 시작되자 모든 관객들은 놀란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모든 연주가 마무리되자 관객들 모두가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프로그램은 고전인 헨델부터 현대인 구바이둘리나까지 전 시대를 망라했다. 미스터치가 거의 없는 완벽한 수준의 연주는 그가 왜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강점이었던 루바토와 강약 조절은 경지에 올랐다. 애초부터 섬세했던 강약 조절은 더욱 발전해, 실 한가닥처럼 얇은 피아니시시모부터 폭풍 같은 포르테시시모까지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예술의전당 일정을 마친 조성진은 8일 대전·9일 부천·12일 울산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공연은 두 개 프로그램으로 나눠지며, 이날과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거울이 빠지고 헨델 건반 모음곡 5번과 구바이둘리나의 샤콘느,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Op. 24를 연주한다. 15일은 강릉에서 강릉시립교향악단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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