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 나비효과···“방한도 아무나 안 받아요”[서재원의 축덕축톡]

서재원 기자 2023. 7. 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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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워진 해외클럽 방한 승인]
4년 전 ‘대국민 사기극’ 집단소송 비화
축구협회서 초청경기 승인 문턱 높여
올해 나폴리·마요르카전 등 개최 불발
재정 열악 주최사 무책임 추진도 한몫
자본 탄탄 쿠팡시리즈 정상 진행 대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운데)가 유벤투스 소속으로 2019년 방한했지만 끝내 그라운드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노쇼 논란 피해자들이 2019년 8월 축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료 전액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토트넘과 함께 한국을 찾은 손흥민이 득점 후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4년 전 여름, 당시 유벤투스 소속이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 나스르)의 ‘노쇼’ 사건은 한국 축구계에 큰 충격을 줬다. 최고가 40만 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존을 포함한 입장권 약 6만 4000석이 2시간 반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지만 ‘45분 이상 출전’을 약속했던 호날두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교통 체증을 이유로 유벤투스 선수단 차량이 경기장에 늦게 도착하면서 킥오프 시간이 약 50분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도 빚어졌다. 분노한 팬들은 이후 티켓값 환불에 대한 집단소송 절차에 들어갔고 결국 경기를 주최했던 업체는 폐업했다.

호날두 노쇼 사건 이후 유럽 클럽들의 방한이 한동안 끊겼으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지난해 처음 시도했던 쿠팡 시리즈의 성공적인 개최가 도화선이 됐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토트넘(잉글랜드)과 세비야(스페인)의 방한이 크게 화제가 되자 몇몇 매치 프로모터가 유럽 클럽의 방한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쿠팡 시리즈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의 방한이 확정된 가운데 스타디움엑스와 언터처블스포츠그룹이 나폴리(이탈리아)와 마요르카(스페인)의 방한 경기를 시작으로 울버햄프턴(잉글랜드), 셀틱(스코틀랜드), AS로마(이탈리아) 등의 방한을 ‘코리아 투어 2023’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했다. 특히 김민재와 이강인·황희찬·오현규 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속팀 경기를 안방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축구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폴리와 마요르카에 이어 울버햄프턴·AS로마·셀틱의 방한이 차례로 취소됐다. 창단 20주년 기념으로 코리아 투어에 초청받았던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도 5일 대회 불참 소식을 전했다. 호날두 노쇼 사건 이후 국제 경기 승인 기준을 한층 높인 대한축구협회가 6월 초 예정됐던 나폴리 대 마요르카의 친선 경기에 대해 승인 불허를 결정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협회 관계자는 “사실 이전까지는 국제 경기 신청이 들어왔을 때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승인을 해주는 형식이었다”며 “하지만 유벤투스 방한이 논란이 되면서 규정을 까다롭게 다듬었다. 신청 기한, 구비 서류, 재정 상황, 운영 절차 등을 검토한 뒤 승인을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코리아 투어의 경우는 프로모터 측의 재정 상황이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해 예치금을 요구한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해외 팀 경기가 불발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방한을 주최하는 프로모터의 재정 문제에 있었다. 스타디움엑스는 협회가 요구한 예치금은 물론 초청 팀들에 대한 초청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유럽 축구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 시리즈에 초청된 아틀레티코의 초청비는 약 300만 유로(약 42억 원)에 달한다. 한 팀당 수십억 원이 드는 사업인데 유럽 팀들의 방한이 확정되면 붙게 될 중계권·광고 등의 수익으로 초청비를 마련한다는 무책임한 계획이 결국 국제적인 망신으로 이어졌다. 스타디움엑스도 “앞서 추진했던 나폴리-마요르카전을 협회가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준비했던 투자와 후원이 모두 철회되는 과정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쿠팡플레이가 주최하는 아틀레티코와 맨시티의 방한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아틀레티코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인 ‘팀K리그’와 1차전을 치른 뒤 30일 같은 장소에서 맨시티와 2차전을 치른다. 예매는 지난달 27일과 28일에 나눠 진행했는데 두 경기 모두 발매 20여 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축구계의 관계자는 “자본금이 탄탄한 쿠팡의 경우 재정적인 문제에 대한 걸림돌이 없었다”며 “지난해 방한 경기를 통해 노하우를 쌓았고 이번 쿠팡 시리즈도 순탄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서재원 기자 jws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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