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도 없이 부동산 투자? 김건희家 ‘富의 함정’
與 “가짜뉴스” 반발에도…재계 “무지성 투자는 없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딱 하나 염려되는 게 처가 재산 문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약 3개월 전, 2021년 12월 만난 윤석열 당시 후보 측 관계자는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와 관련해 "윤 후보 본인의 문제는 깨끗하다"면서도 이같이 우려했다. 법조인 출신의 해당 관계자는 "처가가 부자라는 게 흠은 아니지만 그 부(富)의 형성 과정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공격이 들어오겠나"라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처가의 재산부터 사회에 환원해야 향후 5년이 평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집권 후 2년차, 해당 관계자의 우려는 현실이 된 모습이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재산을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지면서다. 김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채 마침표를 찍기도 전 이번에는 김 여사 일가의 '고속도로 특혜 개발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 여당은 해당 사업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다만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김 여사 일가의 재산 증식 과정, 방법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갑자기 바뀐 고속道 계획, '로또' 같은 우연?
서울~양평고속도로는 2008년부터 추진된 양평군의 숙원사업이다. 최초 민간 투자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재무성 부족으로 반려됐고, 우여곡절 끝에 2019년 3월 제1회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군은 지난달 28일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개통 후 양평의 미래'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하며 지역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국토부가 윤 대통령 일가에 특혜를 주고자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을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년 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이 지난 5월 갑자기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됐고, 변경 노선의 종점 근처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이다. 5일 JTBC는 김 여사 일가 토지 외에도 김 여사의 친오빠, 즉 윤 대통령의 처남이 대표로 있는 부동산회사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보유한 토지도 변경 종점 예정지 인근에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영부인 카르텔'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예타를 끝낸 사업계획이 갑자기 변경되고, 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지역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대거 있는 것은 '로또'에 버금가는 확률이란 주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강득구 의원을 단장으로 한 '고속도로 게이트 TF'를 구성해 관련 의혹을 조사하기로 했다. 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6일 강상면 현장도 직접 방문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예타를 통과한 종점 노선이 왜 바뀌었는지 많은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다"며 "어떤 과정을 거쳐 상식적이지 않고, 선례가 없는 게이트성 의혹이 제기됐는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 여당이 발 빠르게 나섰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6일 야권 등에서 제기한 김 여사 일가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나아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백지화하기로 했다. 양평군의 15년 숙원사업이 한 순간에 좌초된 셈이다.
與 방어에도…"투자회사는 정보에 움직여" 주장도
정부가 해당 사업을 백지화시켰지만 김 여사 일가를 둘러싼 특혜 시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이 특혜 개발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었지만, 김 여사 일가가 해당 땅을 소유하게 된 배경은 명쾌히 해명하지 못하면서다.
여당은 김 여사 일가 소유의 땅이 JCT(분기점‧junction)로, JCT 인근은 소음이나 매연 탓에 지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투자업계 일각에선 '투자 전문가 그룹'인 김 여사 일가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투자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는 과거 숙박업 장사로 모은 자본금을 밑거름 삼아 지속적인 부동산 투자를 진행, 큰 부를 쌓았다. 그의 아들 역시 부동산 투자개발업에 몸담고 있다.
국내 부동산투자개발 회사의 한 관계자는 "주식, 부동산을 막론하고 투자의 성공은 결국 정보와 정책 두 축이 좌우한다"며 "(김 여사 일가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정책에 대한 서치(조사)도 없이 투자를 진행한다?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정상적인 투자 활동을 해도 VIP(정치권 핵심 관계자)가 막대한 투자 수익을 거두면 특혜 시비는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김 여사 일가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대통령 후보-대통령'이 되는 과정 전반에 걸쳐 활발한 투자를 이어온 만큼, 재산과 관련된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여당이나 대통령실이 아닌 김 여사가 직접 사안을 명쾌히 소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겸임교수는 "김 여사뿐 아니라 대통령의 장모와 관련된 사건‧의혹이 너무 많다. 소위 '걸린 게' 많으니 국민들 입장에선 꺼림칙한 것"이라며 "결국 수사의 영역이다. 의혹의 실체를 정치권이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 김 여사가 직접 (소명을) 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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