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직 특활비 月 수천만원씩 받았다

박진영 2023. 7. 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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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집행 내역 분석 첫 공개
2017∼2019년 총 292억원 사용
15명 월 수백만∼수천만 현금 수령
대검 “개인 아닌 부서에 배정된 것”
대검·중앙지검 자료 6805쪽 분석
검찰총장 ‘통치자금’ 136억 할당
임의 사용 가능… 1억 이상 지급도
연말엔 정기 지급분 추가로 배분
시민단체 “용도대로 사용에 의문
국회 국정조사·특검 도입을” 촉구

검찰 고위직으로 추정되는 검찰 인사 15명이 매월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현금을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수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검찰청은 “개인이 아닌 부서에 배정된 것”이라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활비가 사용이 불투명한 ‘깜깜이 예산’이란 비판과 함께 국민 혈세 낭비, 오·남용 여부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 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는 6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5월∼2019년 9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자료 총 6805쪽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의 특활비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중석 뉴스타파 팀장이 6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분석결과 발표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검찰 특활비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벌인 끝에 올해 4월 대법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냈다. 대법원은 검찰의 특활비 집행 일자와 액수를 공개 대상으로 명시하면서도 집행 명목은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검은 증빙 서류에 기재된 결제일 등 관련 자료를 지난달 23일 이 단체에 제공했다.

이들 단체는 2017년 5월∼2019년 9월 검찰이 쓴 특활비가 총 292억원이며, 이 중 156억원은 각급 검찰청 등에 정기적으로 지급된 정기 지급분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제외한 136억원에 대해선 “검찰총장이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통치 자금’이라 할 수 있다”며 “정기 지급분과 달리 검찰총장이 용처를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 사용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번에 1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현금이 지급된 경우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단체들은 “정기 지급분 156억원 중 80억5000만원은 전국의 고검·지검·지청에, 나머지 75억5000만원은 특정한 직위를 가진 15∼17명에게 배분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주장했다.

특활비가 연말에 몰아서 사용되는 등 검찰이 “국민 세금으로 ‘돈 잔치’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례로 2017년 12월1일 전국 검찰청에 정기 지급분이 배분됐는데, 그해 12월26일 전국 64개 검찰청에 4억1100만원이 동시에 추가로 배분된 점 때문이다.

또 2017년 9∼12월 약 2억원을 쓴 용처, 영수증이 없는 등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단체들은 2017년 1∼4월 대검 특활비 74억원, 2017년 1∼5월 금액 미상의 서울중앙지검 특활비 지출 증빙 자료가 없는 점을 들어 “세금 오·남용 여부와 자료 폐기, 정보 은폐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특활비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감사원, 법무부 지침이 존재해 현금 수령자의 영수증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승수(왼쪽 두번째)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6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분석결과 발표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검찰 특활비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단체들은 “수사에 사용돼야 할 특활비가 그 용도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의 국정조사, 나아가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검찰의 특활비 집행 실태가 부분적이지만 처음 공개되면서 특활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의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검찰 외에도 대통령실·국회·국가정보원 등에 할당된다.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됐으나 다른 국가 예산과 달리 사용 기록 등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예산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검찰은 특활비 집행은 물론 정보공개 등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대검은 이날 “이번에 공개된 특활비 등 사용 내역은 지난 정부 5년간 법무부의 집행 계획과 지침에 따라 전국 검찰청의 수사 및 정보 수집 활동에 집행된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관리하고 있는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활비는 수사 등 업무 소요를 토대로 연초에 수립한 집행 계획에 따라 각급 검찰청, 대검 각 부서에 배정하고, 업무상 필요한 경우 수시로 배정·집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검찰 인사 15명이 특활비를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개인이 아니라 부서에 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번에 거액이 지급됐다는 의혹 역시 “개인이 아닌 기관에 지급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자료 폐기 의혹도 사실이 전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4일 “판결 확정 이후 보관돼 있던 특활비 집행 자료 전부를 제공했다”며 “2017년 9월 특활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변호사는 “‘13월의 특활비’ 같은 부분은 견제하는 게 맞지만 특활비를 ‘어떤 수사를 하는 데 썼다’는 식으로 밝히는 건 특활비의 목적 자체에 반한다고 본다”며 “특활비가 목적에 맞게 쓰이는지 내부적으로 감찰하고 국회가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영·백준무·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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