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 땅에 종점을?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배경

조미덥·문광호 기자 2023. 7. 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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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땅을 지나도록 변경됐다는 의혹에 대해 ‘사업 원점 재검토’ 등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정부·여당은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면 백지화’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업 백지화는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라며 “특권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백지화 선언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 처가 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수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년 사이 김 여사 일가 땅 쪽으로 바뀐 종점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현재 6번 국도의 극심한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도로로 국토교통부에서 2017년부터 추진됐다.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지난해 6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공고에도 종점은 양서면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8일 국토부가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에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되면서 김 여사 일가에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여사 일가는 변경된 종점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 축구장 3개 넓이(2만2663㎡)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강득구 의원은 “대통령 부인을 포함해 부인의 모친 최은순씨 일가의 땅들이 (변경된 종점) 이쪽에 상당 부분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노선이 변경되면) 쓸모없는 땅이 황금의 땅이 될 수 있다. 최소 2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게 대체적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정리되면 당연히 감사원 감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지역 주민 요구와 경제성 때문에 변경”

국토부는 강상면에 김 여사 땅이 있는지 몰랐고, 지역 주민의 요구와 경제성을 바탕으로 종점 변경을 검토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평군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원 장관에게 양평에 고속도로 나들목이 있어야 한다는 양평 주민들의 주장을 전한 것이 계기였다. 국토부는 기존 노선은 학교 주변이어서 나들목을 뚫을 수 없기 때문에 노선 변경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상 이용자의 90% 이상이 종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환승하는 수요라서 더 아래쪽으로 꺾인 강상면 종점안이 경제적이라고 했다. 종점 변경에 따른 사업비 증가는 140억원에 불과하다는 해명도 있었다.

김 여사와 관련해선 원 장관이 “(김 여사 땅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장관직뿐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고, 김 전 의원도 “김 여사와 전혀 상관 없이 양평 주민을 위해 요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 땅이 선산이고, 종점부가 고속도로 진출입이 안되는 분기점(JCT)이라 토지 이용에 제약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강득구 단장과 의원들이 6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 현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 “20년 내 예타 통과 후 종점 바꾼 적 없어”

민주당은 지난 대선부터 불거졌던 윤 대통령의 처가 땅 리스크 키우기에 나섰다. 민주당은 강득구 의원을 단장으로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진상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조사 후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강상면 종점 인근 현장을 방문했다. 강 의원은 “(종점 변경으로) 쓸모없는 땅이 황금 땅이 될 수 있다”며 “최소 2배 이상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처가 카르텔”이라고 공격했다. 김의겸 의원은 “윤 대통령은 카르텔 척결을 이야기하는데, 이게 단군 이래 최악의 이권 카르텔”이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번처럼 고속도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후 종점을 변경한 것은 목포-광양(순천) 고속도로와 함양-울산 고속도로 2건뿐인데, 둘 다 이미 20년 이상 지난 사례라고 밝혔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오른쪽)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면 백지화’ 승부수 통할까

원 장관이 ‘원전 재검토’ 입장에서 이날 ‘전면 백지화’로 강하게 나간 것은 민주당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무고한 것이 밝혀지면 민주당 간판을 내리라” 등 강한 발언도 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노선을 변경했다고 주장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도 했다.

원 장관은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에 따른 반발 여론은 민주당 탓으로 돌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긴급 당정협의 모두발언에서 “가짜뉴스로 있지도 않은 악마를 만들려는 시도를 국민들이 심판할 수 있도록 강력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백지화 선언을 예고했다. 김 여사 처가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사업에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을 무산 책임자로 만들어 정치적 이득도 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원 장관의 승부수가 계산대로 통할지는 미지수다. 갑작스러운 백지화는 오히려 의혹의 실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키울 수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국책 사업을 장관이 마음대로 취소한 데 따른 비판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원 장관의 전면 백지화야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민주당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15년간 추진되고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국책사업을 장관이 함부로 전면 백지화 선언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양평 지역에서도 숙원사업이 정쟁의 대상이 되더니 장관 재량으로 전격 취소된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진숙 양평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수십년에 걸쳐 진행됐던 지역의 숙원사업이 장관의 결정만으로 끝나선 안 된다. 시민단체들도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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