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부담에 최악땐 배 못띄워 … 중소 해운사들 발동동

박동환 기자(zacky@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3. 7. 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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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 고강도 탄소배출규제 초읽기
배출량 1t당 부담금 부과하고
친환경등급 미달땐 운항못해
운임도 1년새 75% 떨어져
ESG규제 도입땐 '산넘어 산'
K조선엔 또 한번 수주 큰장
"中·日과 격차 더 벌릴 기회"
영국 런던에서 국제해사기구(IMO)의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현지시간) 환경주의 행동가들이 인어공주 분장을 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08년의 50%까지 앞당겨 줄이자며 시위에 나섰다. AFP연합뉴스

국제 해운 분야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포함되지 않는 대신 국제해사기구(IMO)에서 탄소배출 감축 목표와 이행 방안을 따로 정한다.

선박들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그러나 IMO의 규제에도 해상 물동량 증가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국제사회에서 해운 분야 탄소배출 규제 강화에 대한 공감대가 커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시작해 7일까지 영국에서 진행 중인 IMO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는 환경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2050년까지 50%(2008년 대비) 감축하겠다던 기존 목표를 두 배로 늘려 100%로 못 박는 내용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DC처럼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 2040년 중간 목표를 설정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주요 회원국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2030년까지 40% 이상, 2040년까지 90% 이상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표적인 해운강국인 그리스를 비롯해 중국·아르헨티나·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들은 중간 목표 설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EPC80에서는 탄소를 배출한 만큼 부담금을 납부하게 하는 탄소부담금(Levy) 제도 등 경제적 규제 도입 여부도 결정한다. 부담금 형태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이 논의 중인데 탄소배출 시 t당 100달러, 150달러 등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크게 논의되지는 않지만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 적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탄소감축률 논의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CII는 연료 사용량, 운항거리 등 선박운항 정보를 활용해 1t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지수화한 값이다. 5000t 이상 선박은 선박검사기관을 통해 매년 감축률 달성 여부를 검증받아야 하며 3년 연속 D등급이거나 1년 이상 E등급을 받은 선박은 개선 계획을 수립해 타당성을 승인받기 전까지 운항이 제한된다.

해운업계는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탄소부담금뿐만 아니라 친환경 선박을 새로 발주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화주(貨主)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메탄올 추진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25척이나 발주했다. 최근 프랑스 CMA-CGM도 2만4000TEU급 메탄올 추진 선박 10척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만으로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 차세대 연료 선박을 발주해야 할 텐데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HMM을 제외하고는 차세대 연료 선박을 발주할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국적선사 중 맏형 격인 HMM은 지난 2월 9000TEU급 친환경(메탄올) 컨테이너선 9척을 도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환경규제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부담금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탄소부담금은 선사 규모와는 무관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대형 선사는 미국·유럽 기준에 맞춰뒀기에 IMO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별다른 영향은 없겠지만 중견·중소 선사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선주들을 만나보면 다들 고민이 많다"며 "공격적인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중소 해운사가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국제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마련하고 친환경 연료 선박 전환을 지원하는 등 분주히 대응 중이다. 특히 IMO 규제에 앞서 독자적인 탄소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EU 규제에 대응해 2030년까지 총 118척의 친환경 선박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달 말 최대 1조원 규모의 '해운산업 위기대응 펀드'도 출범시켰다.

다만 이 같은 탄소배출 규제가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는 국내 조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며 당장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노후 선박 등이 폐선되면 신규 발주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일본 조선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은 한국이 확실하게 앞서가는 분야"라며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추격해오고 있는 중국 조선업체와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규제 강화를 계기로 조선·해운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신형 대한조선학회장(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에너지·금융기업도 참여하는 글로벌 조선·해운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환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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