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장관 "백선엽 장군 친일파 아니라는 데 장관직 걸겠다"
"민주유공자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하면 대통령 거부권 건의할 것"
이날 박 장관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고, 백 장군이 독립군 토벌 활동을 한 전력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할 당시 나이가 22살이었다"며 "그 당시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고 거기 있던 사람들은 항일하던 중국인 내지는 비적들"이라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5일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는 2019년 3월 당시 보훈처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가 정한 명단을 기준으로 보훈처와 현충원 홈페이지의 안장자 기록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1920년생인 백 장군은 생전에 일부 단체에서 '백선엽이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군 토벌에 나섰던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내가 1943년 4월 만주국군 소위로 임관하고, 간도특설대로 발령받아 부임해 간 1943년 초의 간도 지역은 항일 독립군도, 김일성 부대도 1930년대 일본군의 대대적인 토벌 작전에 밀려 모두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고 없을 때였다"고 회고하고 "독립군과 전투 행위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다만 백 장군은 1993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간도특설대 근무 시절 조선인 항일 독립군과의 전투가 있었던 것처럼 기술한 데 대해선 "1930년대 간도특설대 초기의 피할 수 없었던 동족 간의 전투와 희생 사례에 대해 같은 조선인으로서의 가슴 아픈 소회를 밝혔던 것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록에 의하면 간도특설대는 만주국 산하에 동원되어 중일전쟁을 돕고 독립운동을 탄압한 친일 무장 조직임은 분명하지만 1943년 이후만을 놓고 보면 간도성에서 거의 소멸된 한인 항일 무장 세력 대신 주로 열하성과 하북성의 중국 공산당 팔로군 빨치산과 그 협력자들을 상대한 것도 사실로 알려졌다.
당시 백 장군은 부대 내에서 토벌 작전시 화력 지원을 담당하는 박격포 소대장 보직이었으므로 직접 촌락에 투입되어 협력자를 색출하며 학살을 자행하는 임무와는 거리가 있었다. 백 장군 본인이 간도특설대 복무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으나 적극적인 친일 행위는 아니었다고 강변하는 이유다.
박 장관은 5일 페이스북에 올린 '억지 유공자는 명예도, 존경도 없다'는 글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에 대해 "'깜깜이' 법안"이라고 지적하고 "민주유공자법은 국민도, 소관 부처인 보훈부도 그 대상이 누구이며 그 공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도 민주유공자법은 "'운동권 셀프 특혜법' 논란으로 사실상 철회됐던 법안이기에 이해충돌의 의심을 살 우려가 크다"며 "유공자는 국민의 존경을 받을 공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이 법안이 이대로 본회의에서 처리된다면 '유공자'란 단어에 담긴 사회적 함의는 유명무실해지고, 유공자에 대한 국민의 존경도 사라질 것"이라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반드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 또는 유족·가족에 대해서도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 4일 여당(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표결에 불참했으나 국회 정무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박 장관은 "민주유공자법안은 주무 장관인 보훈부 장관도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깜깜이 법안"이라며 "지금 상태라면 제가 장관을 그만두더라도 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부는 대상자에 대한 세부 내용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했으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이 법안이 이대로 본회의에서 처리된다면 '유공자'란 단어에 담긴 사회적 함의는 유명무실해지고, 유공자에 대한 국민의 존경도 사라질 것"이라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반드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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