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담보로 급한불 끄자" 보험약관대출 70조 육박
저금리로 돈빌려 대환대출
생명보험 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보험약관대출이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해당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었다. 취약차주들이 보험을 해지하기 전에 급전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담보대출을 받았고, 일부 우량 고객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융통해 다른 대출을 갚는 '대환대출'로 활용한 영향이다.
6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약관대출은 올해 들어 4월까지 2조3176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미 지난해 증가세를 훌쩍 넘었다. 지난해 4월 약관대출 잔액은 47조3259억원이었는데, 올해 4월에는 51조4807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조1548억원이나 늘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간 3조2593억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급증세다. 여기에 손해보험 고객들의 약관대출(17조~18조원 추정)까지 합치면 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보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해지환급금'의 일부를 미리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보험사나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해지환급금의 50~95%를 받을 수 있다. 전화나 모바일,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24시간 내내 바로 입금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 조회를 비롯한 대출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중도 상환 수수료가 없어 언제든 쓰고 갚을 수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지 않아 우량 차주가 추가 대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흔했다.
올해 급증세는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여파로 취약차주들이 몰린 '불황형 대출'이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해지환급금의 일부를 받는 것이고, 보장 내역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해지보다 훨씬 낫다. 예전에는 보험약관대출을 모르는 분이 많았는데, 최근에 많이 알려지면서 신청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약관대출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해왔다. 최근 동양생명과 NH농협생명 등이 기존 연 9%대였던 약관대출 금리를 연 5%대로 내렸고, 다른 보험사들도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모 생보사에서 연 5%대 금리로 900만원의 보험약관대출을 받았다는 40대 직장인 윤 모씨는 "20년 전에 가입해둔 정기보험 약관대출을 검색해보니 금액이 꽤 돼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면서 "다만 내 돈을 담보로 빌리는 것인데 대출 금리가 너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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