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30년만에 열린 국제아트페어 '도쿄 겐다이'…첫날부터 북적(종합)
(요코하마=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본의 새로운 국제 아트페어(미술장터)인 도쿄 겐다이(東京現代)가 6일 일본 요코하마시 퍼시피코 요코하마에서 VIP 사전관람(프리뷰)을 시작으로 개막했다.
도쿄 겐다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곳곳에서 아트페어를 창설한 매그너스 렌프루가 중심이 돼 만든 또 다른 아트페어로, 1992년 시작돼 1995년까지 요코하마에서 열렸던 일본 국제현대아트페어(NICAF.니카프) 이후 30여년 만에 이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아트페어다.
첫 해 참가 화랑은 74곳으로, 이 중 45% 정도가 일본 화랑이다. 한국 화랑으로는 313아트프로젝트, 갤러리 바톤, 가나아트, 조현화랑, 더 컬럼스가 참여했다. 한국에 지점을 둔 해외 화랑 중에서는 도쿄에도 지점이 있는 페로탕과 탕 컨템포러리 아트가 부스를 냈다.
해외 유명 갤러리 중에서는 알민레쉬와 도쿄에도 지점이 있는 블룸&포 등이, 일본 화랑으로는 카이카이키키 갤러리를 비롯해 스카이 더 배스하우스, 미즈마 아트 갤러리, 도미오 고야마 등이 참가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대형 작품은 드물었고 일본 화랑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아트페어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VIP 프리뷰가 진행된 첫날 행사장은 개장 전부터 입장 대기자들이 길게 줄을 서는 등 붐비는 모습이었다. 특히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일본 화랑들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
미야지마 다츠오와 나와 고헤이 등의 작품을 전시한 일본 스카이 더 배스하우스 갤러리의 시라이시 무사미 대표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면서 "아직 개장한 지 2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몇 점을 팔았다"고 소개했다.
시라이시 대표는 또 "일본 고객 외에도 아시아와 유럽에서 컬렉터 투어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첫 행사인 만큼 국내 화랑들은 당장의 판매보다는 새로운 고객 확보와 일본 시장 분위기 탐색에 나선 분위기였다.
이수경과 심문섭, 윤명로, 노은님 등의 작품을 내세운 가나아트는 작은 작품 위주로 부스를 꾸몄다.
가나아트의 이정용 대표는 "생각보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면서 "작은 작품을 흥미로워하는 일본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서보, 이배 등의 작품을 선보인 조현화랑도 일본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 차원에서 크지 않게 부스를 냈고, 313아트프로젝트 역시 갤러리를 알리려고 나왔다고 소개했다.
아트페어의 주류를 이루는 일본 갤러리들은 도쿄 겐다이를 통해 일본의 미술 시장이 커지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아트바젤 바젤과 프리즈 서울에도 참가했다는 일본의 다카이시 갤러리의 이시 다카 대표는 "일본 국내 미술 시장은 한정적이어서 이번 행사가 외국 고객들과 연결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일본 총리 후보로도 거론되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장관)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일본의 독립큐레이터인 구츠나 미와(沓名美和)는 "아직은 미술 작품 판매 때 10% 세금을 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일본 정부에서 국가적으로 미술 시장을 키우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의 기존 컬렉터들은 고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새로 생기는 화랑들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40대 이하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라며 이번 아트페어도 이들이 주요 타깃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트페어 기간에 즈음해 도쿄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에서도 각종 기획전이 진행된다.
모리미술관은 개관 20주년 기념전을, 국립신미술관에서는 화약을 이용해 작업하는 중국의 유명 설치미술가 차이궈창(차이궈창) 전시를 열고 있다. 아티존 미술관은 인상주의부터 1960년대 작품까지 250여점을 통해 추상회화의 기원과 전개를 살피는 전시를 진행 중이다.
한편 도쿄 겐다이는 일본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중 처음으로 보세 자격을 허가받았다. 2020년 관세법 개정으로 보세지역에서 아트페어 등을 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으로 도쿄 겐다이 기간 행사장 전체가 보세 구역이 된다. 이에 따라 해외 화랑이 작품을 일본에 반입할 때 내야 했던 10% 세금을 도쿄 겐다이에서는 작품이 실제 판매된 시점에 낼 수 있게 됐다.
다카네 에리 도쿄 겐다이 디렉터는 "이렇게 큰 국제적인 아트페어가 일본에서 열리는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도쿄 겐다이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일본의 예술 현장을 피부로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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