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의 역설 … 서민 돈줄 막혔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7. 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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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최고금리 인하 2년
금리인상기에도 '年20%' 묶자
대부업, 비용급등에 대출축소
저신용자 불법사금융 내몰려
여론 눈치 정치권 "더 내리자"
기준금리 연동제 등 개선 필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춘 지 2년을 맞아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1년 7월 7일 인하 당시에도 법정 최고금리가 제도권 대부업의 대출 금리와 맞닿는 수준까지 낮아져 시장 왜곡 우려가 컸는데, 실제로 금융권 곳곳에서 폐해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시중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와중에도 법정 최고금리 인상은 거론조차 하지 못해 문제가 확산됐다. 이에 정치권 입김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행 법정 최고금리 설정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고시한 민간 중금리대출 정책의 금리 요건도 현실과 동떨어진 법정 최고금리의 악영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6일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민간 중금리대출의 금리 요건은 상호금융 연 10.5%, 저축은행 연 17.5%다. 민간 중금리대출 정책은 신용 상태가 중간 수준인 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늘리는 게 목적이다. 요건을 충족한 대출에 한해 규제 완화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업권별 시중 조달금리를 반영해 반기마다 금리 요건을 조정한다. 그러나 상호금융·저축은행업권에서는 조달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도 금리 요건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급등한 조달금리를 감안하면 중금리대출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했거나 그 이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막혀 있는 셈이다. 당국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중금리대출 금리 한도를 높일 수 없는 입장이다.

이른바 '내구제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로 불리는 불법 사금융 논란이 커진 것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높아진 조달금리를 감안하면 연 20% 이상 금리로 대출을 내줘야 하는 대부업체·저축은행들이 법정 최고금리 때문에 대출을 아예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21년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 이용자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이후 1년간 대부대출 시장에서 배제돼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1만8000~3만8000명에 달한다.

이처럼 시장 왜곡 현상이 계속되자 지난 20여 년간 단 한 차례의 인상 없이 인하만 거듭한 법정 최고금리 설정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리 인상기였던 2010~2011년만 해도 법정 최고금리가 연 40% 안팎이었던 덕분에 최고금리 추가 인하를 결정하는 데 큰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기에는 연 10%대 후반의 제도권 대부업 대출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에 근접하는 상황을 맞았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던 당시 0.5%에 그쳤던 기준금리가 현재 3.5%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대부업·저축은행업권의 조달금리도 급등했는데, 일반인에 대한 대출 금리는 여전히 연 20%에 묶이는 바람에 예대마진이 급격히 줄어 대출영업 자체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금융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여론 후폭풍을 우려해 오히려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자는 법안들만 줄줄이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법정 최고금리가 조정되는 연동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조차도 정치 논리 탓에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정 최고금리도 경제 상황을 우선시해 조정될 수 있는 설정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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