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제3지대 신당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7. 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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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신당 창당' 성공 사례를 꼽자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마크롱은 2017년 6월 총선에서 자신이 주도한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앞세워 거대 양당을 제치고 하원 577석 중 350석을 차지했다.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던 신당이 단숨에 전체 의석의 60%를 장악해 거대 여당으로 우뚝 서는 '대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선출직 공직 경험이 없었던 마크롱이었지만, 기성 정치와 결별을 선언하고 노동개혁 등 이념과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중도 정치'를 표방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권에서도 신당 창당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최근 '한국의희망' 창당을 선언했고,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도 제3지대 신당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연대설'까지 나온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독점' 구도와 극단적 대결에 등 돌린 무당층이 30%에 육박하는 상황도 신당 창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신당이 성공하려면 정치 이해득실에 따른 세력 간 이합집산에 그쳐선 안 된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의 일침처럼, 기존 정당에서 공천받기 어려운 정치인들이 양당 불신의 반사이익을 노리고 만든 '생계형 신당'으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 정파 이익에 매달려 갈등과 증오만 부추기는 양당과 달리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양당 한계를 뛰어넘는 간판 주자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기성 정당과의 차별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사표 방지' 심리 탓에 제3당 후보가 양당 후보보다 더 불리하다. 과거 정주영·김종필·안철수 신당이 잠깐 반짝이다 사라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정치 신인이라도 시대 흐름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개혁과 변화, 전문성으로 승부한다면 해볼 만하다. 미국 독립혁명에 앞장선 토머스 페인의 말처럼, 우리 모두에겐 다시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은가.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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