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제3지대 신당
세계적으로 '신당 창당' 성공 사례를 꼽자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마크롱은 2017년 6월 총선에서 자신이 주도한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앞세워 거대 양당을 제치고 하원 577석 중 350석을 차지했다.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던 신당이 단숨에 전체 의석의 60%를 장악해 거대 여당으로 우뚝 서는 '대이변'이 벌어진 것이다. 선출직 공직 경험이 없었던 마크롱이었지만, 기성 정치와 결별을 선언하고 노동개혁 등 이념과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중도 정치'를 표방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 정치권에서도 신당 창당 움직임이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최근 '한국의희망' 창당을 선언했고,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도 제3지대 신당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연대설'까지 나온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독점' 구도와 극단적 대결에 등 돌린 무당층이 30%에 육박하는 상황도 신당 창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신당이 성공하려면 정치 이해득실에 따른 세력 간 이합집산에 그쳐선 안 된다. 이용섭 전 광주시장의 일침처럼, 기존 정당에서 공천받기 어려운 정치인들이 양당 불신의 반사이익을 노리고 만든 '생계형 신당'으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 정파 이익에 매달려 갈등과 증오만 부추기는 양당과 달리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양당 한계를 뛰어넘는 간판 주자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기성 정당과의 차별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사표 방지' 심리 탓에 제3당 후보가 양당 후보보다 더 불리하다. 과거 정주영·김종필·안철수 신당이 잠깐 반짝이다 사라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정치 신인이라도 시대 흐름과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개혁과 변화, 전문성으로 승부한다면 해볼 만하다. 미국 독립혁명에 앞장선 토머스 페인의 말처럼, 우리 모두에겐 다시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은가.
[박정철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먼지가 되어’ 유명 女가수, ‘청담동 술자리’ 보도 언론사에 5억 손배소 - 매일경제
- “제발, 이건 단종되면 안되는데”…3명중 1명 선택한 ‘이 카드’ 혜택보니 - 매일경제
- “이게 무슨 냄새야”…기차에서 중국인 부부가 꺼낸 전기밥솥 - 매일경제
- “내가 핸드폰을 어디에 뒀더라”...기억력 나빠진 중년,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 매일경
- 원희룡 “서울~양평고속道 전면중단” 초강수 - 매일경제
- “해지하러 왔다” “각서 써주겠다”…새마을금고서 벌어진 난리통 - 매일경제
- [단독] 한국인 폭행·강도 당했는데...병원도 보내지 않은 佛대사관 - 매일경제
- 원희룡 “양평고속道 노선검토·사업추진 전면중단 …모두 백지화” - 매일경제
- ‘월급 286만원’ 평균 소득자 국민연금 10년 내도 월 35만7000원 불과 - 매일경제
- 中, ‘e스포츠 르브론’ 페이커 부상 소식에 긴장 [아시안게임]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