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증보험 강화에…빌라 전셋값 더 떨어지나
동일 보증금으로 재계약 때
46% 보증보험 갱신 탈락돼
"보증금 낮춰야 보험 재가입"
다세대 전세가 더 떨어질 듯
직장인 김 모씨(34)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보증보험) 가입 심사가 거절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작년 9월 전세가율 약 80% 수준으로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었다. 올해 들어 전세사기가 전국에서 발생하고 역전세 우려도 커져 뒤늦게 보증보험에 가입하려 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다. 보험 가입이 거절된 이유는 작년 말부터 주택 가격이 떨어져 전세가가 시세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돼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가입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증보험이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HUG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HUG는 5월부터 신규 가입 시 전세가율 90%까지만 가능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갱신 계약에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전세사기 우려로 보증보험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가입 요건이 강화돼 전셋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HUG에서 제출받은 '보증보험 탈락 위험 물건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한 15만3381건 중 46%인 7만1155건이 내년에 동일 보증금으로 계약을 갱신할 때 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던 전세계약의 절반 가까이가 앞으로는 심사에서 탈락하게 되는 셈이다.
그 이유는 정부가 보증보험 가입 요건으로 전세가율 기준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춘 것과 함께 시세 산정 기준도 공시가의 150%에서 140%로 낮췄기 때문이다. 즉 기존에는 공시가의 150%까지 전세계약을 맺어도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젠 공시가의 126%까지만 가입이 된다.
예를 들어 공시가가 3억원인 주택의 경우 기존에는 전세계약을 4억5000만원에 체결해도 가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보증금 3억78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 거절 주택 유형은 다세대주택(빌라)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탈락 우려 주택 중 다세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61%였다. 또 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주택이 전체 심사 탈락 위험 주택의 91%를 차지했다.
앞으로는 보증보험 가입 심사 시 공시가를 우선 적용한다는 점에서 심사 탈락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전세가율 산정 시 감정가를 가장 우선해 적용했지만,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시세를 부풀려 감정가가 전세사기에 악용되자 국토교통부가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다만 떨어진 집값이 반영돼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평균 18.61% 하락하며 심사에서 탈락하는 건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 의원은 "저가 주택과 주거 취약계층이 많은 주택 유형의 보증보험 가입 거절 위험이 큰 만큼 유형별, 금액별로 가입 기준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UG는 전세가가 심사 기준보다 높아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 보험 가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전세계약을 다시 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HUG 관계자는 "가입이 거절된 이후 집주인과 전세금을 조정해 다시 가입 신청을 해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험 가입 심사 기준에 맞추기 위해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며 다세대주택 등의 전셋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역전세 심화 우려에 대비해 정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일시적으로 집주인들의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집주인이 대출을 받는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 규제가 적용된다.
[김유신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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