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환자에 가짜 약 줬는데도 안압 10% 낮아져…‘플라세보’ 효과 통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국 서울대병원 교수, 최수연 충남대병원 교수,하아늘 제주대병원 교수. 제공=서울대병원

 
가짜 약(위약)을 투여해도 증상이 호전되는 ‘플라세보(플라시보)’ 효과가 녹내장 치료에도 통했다.

5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김영국 서울대 안과 교수 연구팀(최수연 충남대병원 교수·하아늘 제주대병원 교수)은 지난해 6월까지 발표된 녹내장 안약 치료 관련 임상시험 논문 40개를 통해 위약 효과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PubMed, Cochrane Library, EMBASE 등 여러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안압 감소 치료 관련 40개 임상시험(무작위 배정) 결과에서 표본 7829안(눈)을 확보했다.

그 다음으로 33개의 위약 군(2055안)과 7개의 비치료 군(1184안)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위약군은 비치료군에 비해 2.27mmHg만큼 안압 감소 효과를 보였는데 대상 환자들의 치료 전 평균 안압이 22.7㎜Hg인 점을 고려하면 약 10%의 안압 감소 효과를 보인 셈이다.

이에 녹내장 치료에도 플라세보 효과가 통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플라세보 효과는 생리학적 영향이 없는 위약을 복용했을 때 상태 개선이나 이로운 작용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울증, 통증, 천식, 파킨슨병,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과 증상 개선이 증명됐지만 녹내장에서는 사례가 부족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플라시보 효과는 낙관적인 믿음이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경우"라며 "진료 현장에서 녹내장 안약을 이용한 안압 감소 치료가 상당한 위약 효과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미국 안과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Ophthalmology)에 온라인 게재됐다.

한편, 녹내장은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질환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만 100만명 이상의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완치의 개념보단 질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치료가 이뤄지며 높은 안압이 주요 원인이라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받게 된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