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협력단체들 “윤석열 대통령 발언 깊은 우려”

김예진 2023. 7. 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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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협력단체들이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다”, “달라질 때가 됐다” 등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발언 관련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6일 성명에서 “최근 남북관계와 통일부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결정과 발언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에서 열린 청년정책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명시하고 있다”며 “통일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뿐 아니라,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고 강조하고 “그럼에도 ‘자유민주’만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평화가 아닌 방식의 통일도 가능하다는 것인가?’라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또 “역대 정부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정부조직법에 따라 남북대화와 협력,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통일부의 기본 임무로 삼고 추진해 왔던 것”이라며 최근 대통령과 정부 행보는 “당초 밝힌 국정과제 추진 계획과도 배치된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성명서]
 
윤석열정부는 평화적 통일에 기반이 되는
 
인도적 대북협력을 적극 추진하라!
 
대북 인도주의 활동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활동해온 (사)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최근 남북관계와 통일부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결정과 발언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2일,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른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다”라며 대북지원 부문의 축소를 암시했습니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통일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뿐 아니라, ‘평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정신입니다. 그럼에도 ‘자유민주’만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발언이 ‘평화가 아닌 방식의 통일도 가능하다는 것인가?’라는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정부는 인식해야 합니다.
 
통일부의 역할에 있어 정부조직법 제31조는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대화ㆍ교류ㆍ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0조는 “인도적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역대 정부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남북대화와 협력, 그리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통일부의 기본 임무로 삼고 추진해 왔던 것입니다.
 
정부와 민간의 인도적 지원이 지속돼 온 것은 비단 법과 규정에 정해져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북지원과 남북협력사업은 그간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함은 물론, 남북관계 증진과 한반도 평화 기반 조성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랬기에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종교단체, 시민사회단체, 민간단체 등은 정치적 성향이나 종교적 신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연대하며 남북 간의 인도협력을 추진해 왔던 것입니다.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은 또한 국제사회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엄격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 예외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대북 인도지원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의 역할에서 인도협력 부문을 축소하는 것은 그간 남북이 경험했던 인도협력사업의 성과와 인도 지원에 대한 국제적 지지에 반하는 결정이며, 당초 윤석열 정부가 밝힌 국정과제 추진 계획과도 배치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고, 120대 국정과제에서도 통일부의 주요 과제로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을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행보는 ‘담대한 구상’의 추진은 고사하고 한반도 평화 관리라는 일차적 책무마저 저버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한반도는 신냉전의 주 무대가 돼 버렸습니다. 남북 간에도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채 강대강 대치만이 이어지며 무력 충돌의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나날이 고조되는 한반도 대결구도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기본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당사자인 남북이 하루 빨리 대화의 장에서 만나기 위한 노력과 대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다시금 헌법 정신을 되새길 때입니다.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화적 통일”을 추진하라고 말합니다. 대통령에게도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한다”고 국민 앞에 선서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부는 대한민국이 분단국으로서, 통일을 지향하는 국가로서 존재하는 한, 남북교류협력을 증진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정부는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정부와 통일부의 존재 이유, 역할을 재확인하고,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인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평화적 수단과 평화적 과정이 마땅히 선행돼야 함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느덧 한반도는 분단 75년을 맞았습니다. 그만큼 남북 간 반목의 역사도 길었습니다. 그러나 민간이 추진해 온 인도적 지원과 교류협력의 역사는 한반도 평화정착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민간단체들이 정치군사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활동이 아닌 순수한 인도적 지원과 남북협력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30여 년간 이어져 온 인도적 대북협력의 역사와 성과를 우리 정부가 명확히 인식하며, 앞으로도 남북협력 증진의 책무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사)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남북 당국에 촉구합니다. 양측은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대결의 기운을 낮추고, 조건 없는 접촉과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한반도 땅에 살아가는 이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고통과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은 다시금 화해협력의 걸음을 떼야 합니다. 남측 당국은 적대적 대북관이 아닌 평화적 접근을 통해 대화와 협력의 역사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북측 당국 또한 고립에서 벗어나 남측 및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협상에 임해주기를 호소합니다.
 
만남은 화해와 평화의 시작점입니다. 남북의 대화 재개를 촉구하며 (사)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도 민간 남북협력사업의 재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끝.
 
2023년 7월 6일
 
(사)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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