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철근도 빼먹은 '명품 아파트'…부실시공 뿌리뽑으려면

연합뉴스 2023. 7. 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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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주자창 붕괴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나 적잖은 충격을 준다.

설계단계에서 지하주차장 기둥에 넣는 철근을 대거 빠트렸고, 설계와 시공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감리 회사는 설계 도면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GS건설은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추가로 빠트리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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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붕괴 사고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주자창 붕괴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나 적잖은 충격을 준다. 설계에서 시공, 감리까지 모든 게 부실투성이였다. 설계단계에서 지하주차장 기둥에 넣는 철근을 대거 빠트렸고, 설계와 시공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올해 10월 말 완공될 예정이었다. 입주 후에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 아파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하고 '자이' 브랜드로 유명한 GS건설이 주시공을 맡았다. 국민주택을 공급하는 전통의 공기업과 최고급 프리미엄 아파트를 지향한다는 최상위 건설사가 맡은 현장에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황당하기 짝이 없다.

국토부 조사 결과를 보면 첫 단계인 설계부터 엉터리였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지는 32개의 모든 기둥에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는 철근(전단보강근)을 넣어야 했지만, 이를 설계 도면에 옮기면서 17개 기둥에만 적용했다. 감리 회사는 설계 도면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GS건설은 시공 과정에서 철근을 추가로 빠트리기까지 했다. 결국 32개 기둥 가운데 19개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또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까지 설계 기준보다 30% 낮은 것으로 측정됐다. 콘크리트 양생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하주차장 위 조경 공사 과정에서는 흙을 1.1m 높이로 쌓도록 설계돼 있었지만 2.1m로 두 배 높게 쌓아 하중을 키웠다. 사업을 발주한 LH나 시공을 맡은 GS건설의 책임이 크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 시공, 감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국토부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유념하고 후속 조치를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광주의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붕괴 사고로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진 것이 불과 지난해 1월이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전면 재시공을 약속하는 등 엄청난 비용을 치렀는데도 결국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모양새가 됐다. GS건설은 HDC현산과 마찬가지로 다 지어놓은 아파트 단지 전체를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지 의문이다. 국토부는 이번 붕괴 사고에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이미 사고 지점의 일부 시공팀장들이 팀원 임금을 일괄 수령한 뒤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임의 배분한 사례가 드러난 상태다. 경우에 따라선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GS건설이 시공 중인 전국 83개 현장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추가 조사와 현장점검에서 비리가 발견된다면 응분의 조처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건설 현장의 부정행위와 부실시공이 더는 이 땅에 발붙이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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