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일감 몰아준 OCI그룹 내 SGC… 공정위, 과징금 110억원 부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OCI 소속 군장에너지가 계열사인 삼광글라스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10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OCI그룹에 속한 SGC 계열사 3곳이 부당한 방식으로 서로 사업 일감을 몰아줘 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0억2000만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OCI그룹은 총수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그의 삼촌들인 이복영 SGC에너지 회장, 이화영 유니드 회장 등 3인이 지배하는 체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이복영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들이다.

2016년 밀폐용기를 생산하는 삼광글라스(현 SGC솔루션)의 주력 사업이 휘청이면서 재무 상태가 악화한 것이 발단이었다. 3개 회사 중 대표 격인 이테크건설(현 SCG이테크건설)은 군장에너지(현 SGC에너지)에 유연탄을 공급하는 사업을 삼광글라스에 몰아주는 식으로 경영 위기를 넘기려 했다.

공정위는 이들 계열사가 2017년 5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총 15번의 유연탄 경쟁입찰을 진행하면서 삼광글라스가 13번이나 낙찰될 수 있도록 꼼수를 썼다고 봤다. 삼광글라스는 두 계열사의 권고에 따라 자신이 공급하는 유연탄 발열량을 임의로 높여 낙찰 가능성을 높였다. 발열량이 좋은 유연탄으로 보이게끔 꾸민 것이다.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입찰 자료도 넘겨받았다. 이테크건설은 석탄 트레이딩 전문가를 채용해 삼광글라스의 입찰 전략 수립에 도움을 줬고, 안정적으로 유연탄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러시아 광산 업체와 공급 MOU(양해각서) 체결을 도왔다.

그 결과 삼광글라스는 군장에너지 전체 입찰 물량의 46%(180만톤), 금액 규모로 따지면 약 1778억원 상당의 유연탄을 공급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삼광글라스가 64억원의 영업이익을 얻었고, 이복영 회장 등 삼광글라스의 특수관계인이 22억원의 부당이득 얻었다고 판단했다.

단,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편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부당 지원이 아닌 삼광글라스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고, 부당이득에 비해 과징금이 크게 부과된 점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했다.

SGC에너지 측은 “공정거래위원회 결정과 관련해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부당한 방식의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