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 천식약 보험 적용 '하세월' 국내환자 부작용 많은 대체약 의존
환자·가족들은 발만 동동
고가 천식 치료제 듀피젠트
신경섬유종증약도 갈길 멀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 부담으로 치료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중증·희귀질환자가 늘면서 관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시 투여만 해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데 급여 목록에 오르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천식 입원환자 비율은 인구 10만명당 6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 2배 높다. 천식으로 인한 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3.6명으로 미국·영국 등보다 2~3배, 일본보다는 6배 높다.
천식 중에서도 발작성 호흡곤란을 동반하는 중증 천식은 기침·가래가 끊이지 않고 숨쉴 때마다 통증이 유발된다는 점에서 치료제 보급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치료제의 형태다. 중증 천식은 흡입 약물로는 증상 조절이 어려워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병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당뇨, 고혈압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생물학적 제제인 듀피젠트를 주사 형태로 맞는 것이 권고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구 스테로이드제 복용 비율이 92.9%로 미국(20.4%) 등에 비해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듀피젠트의 급여 지연에서 찾는다. 중증 천식환자가 듀피젠트를 맞으려면 연간 2000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중증 천식이 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치료비가 억 단위로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황용일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천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이 상당함에도 대다수의 생물학적 제제가 비급여라 치료가 제한적"이라며 "국가의 재정 부담도 고려해야 하지만 환자들의 처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급여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의 생물학적 제제인 스핀라자에 대해서도 급여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SMA는 척수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가 손상돼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질환이다. 2019년 출시된 스핀라자는 임상을 통해 SMA 환자의 운동 기능과 생존율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만 3세 전에 SMA 증상 발현이 입증돼야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만 3세 이후부턴 매년 약 2억7000만원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럽과 일본 등에선 증상 발현 시점과 상관없이 스핀라자를 급여 투여하고 있다.
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신약의 신속한 건보 적용을 위해 선등재 후평가 방식의 시범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 약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려면 안전망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경섬유종증 1형(NF1) 치료제인 코셀루고도 급여 지정까지 갈 길이 멀다. NF1이란 전신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증식하는 희귀질환이다. 앞서 진행된 코셀루고 임상 결과에 따르면 국내 NF1 환자 50명 중 34명에게서 종양 용적이 20% 이상 감소했다. 약효에 따른 반응 지속 기간도 최대 1년6개월이나 된다. 하지만 코셀루고는 정부로부터 도입 시급성만 인정받았을 뿐 여전히 비급여 영역에 있어 활용 가치가 낮다. 코셀루고 처방에 드는 비용은 연간 약 2억원이다.
우리나라에선 출시된 신약이 급여권으로 진입하기까지 평균 46개월이 걸린다. 반면 일본은 17개월, 프랑스는 34개월로 비교적 짧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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