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국산 보톡스 퇴출위기 넘기나
식약처, 무더기 허가취소 처분
메디톡스·휴젤·휴온스 등 7곳
"관행처럼 해오던 방식" 반발
법원 "제조·판매중지 부적절"
1심서 메디톡스 손 들어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의 '간접 수출'을 두고 메디톡스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간에 3년 가까이 이어진 법적 공방에서 법원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간접 수출을 이유로 시장 퇴출 위기에 몰렸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 7곳이 이번 판결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대전지법 행정3부(최병준 부장판사)는 6일 메디톡스가 대전식약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제조·판매 중지 명령과 품목허가 취소 청구 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청구를 인용했다. 이로써 2020년 11월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50·100·150·200단위) 4개 품목과 코어톡스(100단위) 등 총 5개 품목에 대한 취소 명령이 해제됐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관련 제품들이 허가 취소 처분에서 벗어나게 된 만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주력하겠다"며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시장에 대한 도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와 식약처의 갈등이 시작된 건 2020년이다. 2020년 10월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국내 도매업체에 넘긴 것을 '국내 판매'로 보고 제품 품목허가 취소 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보톡스 등 생물학적 제제는 품목허가 외에도 판매 전에 약사법상 식약처에서 제조 및 품질관리 등을 검증하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수출용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국가출하승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받은 중간 도매업체가 독자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해외 수출업체에 물건을 되파는 만큼 메디톡스의 행위는 국내 판매에 해당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으면 약사법 위반이라는 게 식약처의 주장이다.
이에 메디톡스는 해당 제품들이 전량 국내에 유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출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업계에서 동남아시아 등 지역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보낼 때 관행적으로 활용하는 '간접 수출'이라는 것이다. 또 수출용 제품은 통상 국내용 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싼 탓에 국내에 유통시킬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판결에서 메디톡스가 승소하면서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에 대한 집행정지도 완전히 풀렸다. 메디톡스는 앞서 대전지법으로부터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받아 두 제품에 대한 생산을 이미 재개한 상태다.
특히 이번 판결은 국내 7개 보툴리눔 톡신 업체가 동일한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 가운데 나온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으로 국내 허가를 받은 16개 업체 중 7곳이 간접 수출 문제로 식약처에서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을 받은 상태다. 메디톡스 외에 휴젤, 파마리서치,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제테마 등이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유로 시장 퇴출 위기에 몰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연간 생산 규모가 2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전체 보톡스 생산 규모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메디톡스 외에 6개 업체가 현재 식약처를 상대로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 등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휴온스바이오파마까지 품목허가 취소 처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 업체 다수가 간접 수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메디톡스의 1심 승소는 다른 업체들의 소송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와 업계 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판결이 나오기 이전부터 양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보툴리눔 톡신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소송에 회사의 생존이 걸려 있다. 식약처 입장에서도 7개에 달하는 업체에 같은 이유로 품목허가 취소라는 초강수를 내린 만큼,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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