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이승만의 낚시가 더는 외롭지 않길
윤석열 정부 들어 비로소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정부가 비용 3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국민 성금을 모금해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그런데 원로배우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서울 강동구 고덕동 사유지 4000평을 기념관 용지로 기부하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그에게 직접 들어본 기부 의사 표시 배경은 간단했다. "건국의 아버지 아니냐. 국민들이 두고두고 기억하는 의미 있는 일에 같이 참여하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는 박정희·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은 있지만, 이승만 기념관은 없다. 간혹 추진 움직임이 있어도 번번이 좌절됐고, 지난 4월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독재정치 부활'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가 독재자였고, 여수·순천 10·19 사건, 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민간인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기틀도 다졌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대한민국의 토대를 쌓았다. 그의 기념관을 찾는 국민들은 공은 공대로 허물은 허물대로 기억할 선택권이 있다.
무엇보다 정부 예산과 국민 성금을 합해 기념관을 세운다면 사회 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추진위원회에는 이승만 정부 당시 진보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조봉암 선생의 기념사업회 부회장과 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4명도 참여했기에, 역사적인 화해의 상징도 된다.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인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의 기념관을 세워 그를 기리고 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기념관 앞에서는 숙연해진다. 이 전 대통령은 6·25전쟁 후 폐허가 된 곳을 나라답게 만들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껏 이승만 기념관이 없는 건 건국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신 회장이 기부하겠다는 고덕동 땅은 이 전 대통령이 외롭게 낚시를 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외로운 낚시'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월척'을 낚았다. 국민들의 성금으로 기념관을 설립해 공을 기린다면, 그의 낚시는 더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호준 정치부 lee.hojo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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