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법·평택지원까지 강제동원 정부 공탁 또 ‘불수리’
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를 배상한다며 낸 공탁 신청에 대한 법원 공탁관의 ‘불수리’ 결정이 6일 또 나왔다. 정부가 피해자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탁 절차를 밀어붙인 지 나흘 만에 법원이 내놓은 1차 판단에서 정부가 완패한 것이다.
전주지법 공탁관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해 강제동원 피해자 고 박해옥씨 유족 2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낸 공탁 신청을 이날 불수리 결정했다.
전주지법 공탁관은 유족들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공탁관은 민법 제469조1항의 단서와 2항을 근거로 이같이 판단했다고 한다. 민법 제469조1항은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이를 허용하지 않는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2항은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박씨 유족과 다른 피해자 양금덕·이춘식씨, 고 정창희씨 유족은 지난 3월 재단에 일본 측의 사실 인정과 사과가 없는 제3자 변제를 수용할 뜻이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전주지법 공탁관은 정부가 피공탁자가 될 수 없는 망인을 피공탁자로 기재했다며 전날 한 차례 불수리 결정한 바 있다. 전날 불수리 결정이 서류의 형식적 요건 미비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날은 피해자 측의 ‘3자 변제 반대’를 이유로 불수리 결정한 것이다.
수원지법 평택지원도 이날 정창희씨 유족 2명에 대한 재단의 공탁 신청을 불수리 결정했다. 평택지원 공탁관도 “기록상 피공탁자(피해자)가 공탁자(제3자인 재단)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의사표시가 명백하므로 민법 제469조에 따라 제3자가 변제 공탁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광주지법과 수원지법 공탁관도 피해자 측의 ‘3자 변제 반대’를 이유로 정부의 공탁 신청을 불수리 결정했다.
외교부는 법원 공탁관의 공탁 신청 불수리 결정에 대해 이의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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