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동생, '대북 밀사' 이후락 면전에 "미군 철수 왜 반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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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앞두고 진행한 '밀사 접촉'에서 주한미군 철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전쟁 준비는 일본의 한반도 점령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궤변이다.
김 주석은 1972년 5월 4일 이 부장을 만나 1·21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6·25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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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2인자' 김영주 "일본 군국주의가 남침…美·日 믿어선 안돼"
김일성과 대화내용 공개 안됐지만…이후락 "金, 1·21사태 사과"
북한이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앞두고 진행한 '밀사 접촉'에서 주한미군 철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일본을 믿지 말라"고 윽박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통일부가 6일 공개한 1971년 11월부터 1979년 2월까지 정치 분야 남북회담문서(1,678쪽)에 담긴 내용이다.
1972년은 미국과 중국이 관계 정상화에 나선 시기다. 이에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자 남북은 관계 개선을 위해 비밀리에 접촉했다. 같은 해 5월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대북 밀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의 동생이자 정권 2인자인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이틀간 만났다. 남북 간 첫 고위급회담이다.
이 자리에서 북측 김 부장은 "이남에서 미 제국주의의 군대가 철수하겠다는 데 대해서 왜 남쪽이 반대를 하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남측 이 부장은 "북한을 믿지 않기 때문이며 그것이 불신"이라면서 "미군을 한국으로 끌어들인 건 당신들"이라고 응수했다.
공방이 오가자 김 부장은 "일본 군국주의가 남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화제를 돌렸다. 이어 "우리의 전쟁 준비는 방위적인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째서 있지도 않은 남침에 대해서 비상사태를 선전하고 선동하는 건 무슨 뜻이냐"고 몰아세웠다. 북한의 전쟁 준비는 일본의 한반도 점령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궤변이다. 특히 김 부장은 "박정희 정권을 미국과 일본의 앞잡이로 생각했다"며 "미국과 일본을 믿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당시 이 부장은 김일성 주석을 면담했지만 이날 공개된 문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이 부장이 남북회담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 주석은 1972년 5월 4일 이 부장을 만나 1·21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6·25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21사태는 1968년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공작원 31명이 박정희 대통령과 정부요인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한 사건을 일컫는다.
남북은 이후 수차례 비공개 접촉을 통해 △외세 간섭 없는 자주통일 △무력 사용을 배제하는 평화통일 △사상·이념·제도를 초월한 민족의 단결 도모 등 '조국 통일 3대 원칙'을 도출한 7·4 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북한이 거듭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군사 문제'의 우선 해결을 요구하면서 합의는 빛이 바랬다. 남북조절위원회 2차 본회의에서 북측은 △무력 증강과 군비경쟁 중단△ 남북 군대를 10만 명 이하로 감축 △외국 군수물자 반입 중지 △미군을 포함한 외국 군대의 철수 △남북 평화협정 체결 등을 주장했다. 반면 남측은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당장 군비를 축소한다, 평화협정을 가진다는 것은 누가 이 말을 하더라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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