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은 의미없다더니···보고서 공개 당일 ‘절차 변경’ 요청한 감사원 사무처
감사원 사무처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보고서 공개에 앞서 주심위원의 전산상 열람 절차를 생략하도록 조치해달라고 내부에 요청한 것으로 6일 나타났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감사원 내부 공문에 따르면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지난달 9일 “현재 주심위원이 당초 감사위원회의 의결 내용에 따라 수정한 감사보고서를 열람하고도 전자결재를 하지 않고 있어 감사보고서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주심위원의 전산상 열람 결재 절차를 생략하고 단순 열람만 가능하도록 조치해주시기 바란다”고 정보시스템운영담당관에게 요청했다. 감사보고서 시행이란 보고서의 공개를 뜻하는 말이다.
해당 공문을 보면 감사원은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요건 변경 직전까지는 주심위원의 열람을 일종의 결재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달 9일은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담은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날이다. 정황상 당일 보고서 공개에 앞서 감사원 사무처가 급하게 공개 요건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사무처는 해당 안건 주심위원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감사보고서 수정·의결 및 공개 절차와 관련해 문제제기한 뒤 진실 공방을 벌여왔다. 감사원 사무처가 주심위원을 ‘패싱’한 채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는 것이 조 위원 주장이다.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 제66조는 “감사위원회의에서 처리안을 변경하여 시행하도록 의결된 때에는 변경 의결된 내용을 기안하고 변경의결사항 대조표를 첨부하여 심의실장의 검토 및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고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받아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위원은 ‘열람’이 최종 결재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감사원 사무처는 열람과 결재는 주체가 다르며 조 위원이 열람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뿐 수차례 보고서를 봤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전산 부서에 ‘주심위원이 (‘열람’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하는 것은 우리 규정에도 없는 것이다’(라고 해서 시스템 변경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최 사무차장은 이 같은 내용을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주심위원께서 결재를 안 하고 있는 상태에서 감사 부서에서 (조 위원이) 결재 없이 열람은 다 했으니까 승인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도록) 관리하는 부서에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같은 회의에서 “기계적으로 그냥 (‘열람’을) 누르면 되는 식인데, (조 위원은) 단군 이래 가장 많이 보고도 유일하게 혼자 안 눌렀다”며 조 위원을 향해 날을 세웠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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