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감동 다시 한번 … 日밴드 텐피트 내한

15일 서울 KBS아레나 공연
"블랙핑크 등 K팝 즐겨듣고
K드라마 '도깨비' 보면서
아저씨란 단어 배웠어요"

영화 '더퍼스트 슬램덩크' 음악을 만든 일본 밴드 텐피트. 샹그릴라엔터테인먼트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올해 1월 국내 개봉 후 누적 관객 469만명을 동원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극의 절정에서 주인공 송태섭이 강팀 산왕공고의 수비 두 명을 벗겨내고 코트를 내달리는 장면은, 강렬한 밴드 사운드가 터져나오며 전율을 극대화한 명장면이다. 영화 엔딩곡으로도 쓰인 이 곡 '제제로감(第ゼロ感)'은 일본의 베테랑 록밴드 '10-FEET(텐피트)'의 작품. 직역하면 '0번째 감각'이다.

그 감동을 이어받아 텐피트가 오는 15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2009년 홍대 인디클럽 공연, 올해 4월 영화관 기념행사로 방한했지만, 2시간여 러닝타임의 정식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데뷔 26년을 맞은 3인조 밴드 텐피트를 서면 인터뷰로 먼저 만났다. 다쿠마(47·보컬·기타), 고이치(47·드럼·코러스), 나오키(45·베이스·보컬) 등이 일본 교토를 기반으로 1997년 결성했다. "텐피트는 농구 골대의 정규 높이(바닥에서 림까지 305㎝)이기도 해요. 도달할 것 같지만 닿지 않는 거리죠. 처음엔 각자 활동하던 밴드가 해체되면서 뭉치게 됐는데, 무작정 활동하다보니 벌써 25년도 넘었네요."(나오키)

제제로감은 이들에게 데뷔 후 첫 일본 오리콘 차트 1위(2월 주간 디지털싱글) 기록 등을 안겨줬다. 이후 연 100회 가까이 공연 스케줄이 꽉 차 있지만 일정을 쪼개 한국을 찾는다. 나오키는 "지금까지 같은 공연은 한 번도 없었다. 매번 좋든 나쁘든 다른 라이브를 하다보니 신선한 마음으로 해올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텐피트는 공연에서 만날 관객들에게 제제로감 외에도 밴드의 정체성이 담긴 2007년 발표된 곡 '리버'를 추천했다. 강렬한 연주뿐 아니라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인다. 나오키는 "일본에서 우리 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던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 밖에 '히토리세카이' '헬로픽서' '바이브 바이 바이브스' 등도 내한 공연 세트 리스트에 올라 있다.

텐피트 멤버들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지한파'다. 드러머 고이치는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노래를 평소에도 많이 듣는다"며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공연뿐 아니라 음식도 기대된다"고 했다. K드라마 팬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방한 때 다쿠마는 꽤 또렷한 한국어로 자신들을 '아저씨'라고 소개했는데, 이에 대해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영향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다쿠마는 즉석 기타 반주와 함께 '아리랑'을 불러 한국 팬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학창시절 서울 한 고등학교와 결연을 맺은 인연으로 배웠던 것을 기억을 더듬어 즉흥적으로 부른 것이다. 다쿠마는 이번에도 한국 팬들을 위한 특별 무대가 있느냐는 질문에 "뭔가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