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생략한채 기강잡기 나선 차관들

최상현 2023. 7. 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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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취임사 없이 현안 챙겨
임상준 "정책에 이념잣대 빼라"
이성희 "노동현장 불법 척결"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신임 차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각 부처의 신임 차관들이 취임식도 생략한 채 업무를 챙기는 등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서고 있다. "헌법 정신을 무너뜨리는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 이행을 위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라는 중대한 정책 현안이 있는 해양수산부에 부임한 박성훈 차관은 취임식도 취임사도 없이 업무를 시작했다. 박 차관은 취임 달일인 3일 국제원자력기구 검증결과 후속대책 간담회와 당정회의에 참석했고, 5일에는 국무조정실 주재 후쿠시마 수산물 일일 브리핑에 브리퍼로 나섰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5일 취임사로 취임식을 대신했다. 임 차관은 "환경정책은 오로지 국민의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 국민의 민생이 달린 문제에 그 어떤 정치적 고려나 이념적 잣대도 투영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개발이냐 보전이냐'라는 철 지난 이분법에 갇혀서는 대립과 갈등만 반복될 뿐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환경정책으로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환경의 가치는 다른 목적을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이용당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환경부는 기획조정실장, 기후탄소정책실장, 물관리정책실장 1급 실장 전원이 사표를 내 임 차관 취임 초반부터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취임하자마자 노동계를 향해 강경 대응 방침을 확고히 했다. 이 차관은 "노동개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과제"라며 "정부는 가장 먼저 노동개혁의 출발점으로 노사 법치주의 확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법을 경시하고 대화와 타협이 아닌 힘에 의존한 노사관계는 상호 불신을 초래하고, 편법과 반칙, 특권을 양산하며 그 어떤 법·제도 개편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며 "산업현장에 불법과 부조리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공정한 노동행정 실현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노란봉투법, 회계 투명성 조치, 최저임금 등에서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노정 관계에서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도 취임식 대신 중기부 내부 게시판에 취임사를 올렸다. 오 차관은 "국정과제의 속도감 있는 추진과 우리 스스로 설정한 핵심 미션의 완수를 통해, 국민들께서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취임사 없이 소위 '낙하산 논란' 차단에 나섰다. 통계청장으로 '늘공' 시절에는 기획재정부 예산·정책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치며 차관보까지 지냈지만 농식품부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것이다. 한 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기재부에서 예산과 정책 파트에서 근무했는데 예산실에서 농업 관련 예산을 총괄했고, 차관보 시절에는 계란 대란 때 수급 TF팀장을 맡는 등 물가 관리를 총괄했다"며 "통계청 국가 통계의 큰 축도 농업 통계로 쌀과 배추 등 농산물 수확 현장을 다니며 농업 통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농민들과 소통하고 그런 경험들이 농식품부 차관에 임명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 분야와의 '깨알 인연'을 강조한 한 차관은 곧 "외식물가나 가공식품 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업계와 만나 먹거리와 관련한 협조를 당부하겠다"며 역시 정부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 출신으로 부동산 정책 경험이 없이 국토교통부 1차관에 임명된 김오진 차관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김 차관은 5일 국토부 기자단과의 티타임에서 "당연히 전문성이 없다. 국토·물류·건축에 조예 있는 분야는 없다"며 "축구팀에 다 손흥민이 있을 필요는 없다. 김민재, 이강인도 필요하다. 관리자로의 역할은 부처 내 역할을 통합하는 것이고, 정무적 판단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전문성은 부족할 지 몰라도, 대통령실·국회와 정무적으로 밀착 협력하는데는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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