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큰손’ 무기상으로…미국이 두고간 무기 어느 정도길래
세계 각지 테러조직에 팔려나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미국 무기를 팔아 세계 무기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두고간 무기 가치가 71억2000만달러(약 9조26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탈레반은 밀수 조직을 통해 세계 각지의 테러 조직에 미국산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5일(현지시간) 미국산 무기를 되파는 탈레반의 무기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린폴리시는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동부 일대 무기 암시장에서 탈레반 허가를 받은 상인들이 미국산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미국제 무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무기 암시장에서는 소총, 권총, 로켓, 폭탄, 탄약을 비롯해 야간 투시경과 같은 군사 장비도 판매되고 있다. 특히 미국산 돌격소총은 2400달러에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포린폴리시는 설명했다. 미 의회가 2002년 설립한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특별 감찰 기구(SIGAR)’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총 186억달러(약 24조원)의 무기 지원을 했고 2021년 철수 당시 71억2000만달러 가치의 무기와 장비들을 두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무기가 탈레반의 밀수 경로를 통해 전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탈레반은 그동안 마약, 보석, 기타 밀수품을 밀수하던 경로를 이용해 무기를 세계 테러 조직에 공급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탈레반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중동지역 등의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무기가 실제로 파키스탄과 이스라엘 가자지구의 비국가 조직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남겨진 미국산 무기를 복제하는 비밀 무기 공장들도 운영되고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불법 무기 공장에서 AK-47 등의 복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독립 평화 감시기구인 아프간피스워치 설립자 하비브 칸 토타힐은 “미국이 훈련시킨 아프가니스탄 군사 전문가들이 탈레반 정권에서 일하기 위해 다시 돌아오고 있다”면서 “미국의 자금으로 설치된 무기 작업장에서 소형 무기와 경무기가 다시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이 세계 테러 조직에 무기를 대면서 테러로 인한 희생자는 증가하고 있다. 세계테러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테러 공격당 사망자는 1.7명으로 2021년(1.3명)보다 늘었다. 특히 파키스탄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테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무기 밀매는 세계 안보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일례로, 파키스탄 분리주의자들과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산 무기를 손에 넣고 파키스탄 정부 병력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야간 투시경을 사용해 파키스탄 병력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프간피스워치의 연구 책임자 저스틴 플라이슈너는 포린폴리시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일은 아마도 현대 역사상 가장 큰 양의 무기와 탄약의 주인이 바뀐 사건일 것이라면서 “현재 어떤 무기가 사용되고 어떤 무기가 분실되거나 고장났는지, 어떤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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