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사교육 경감 대책에···“정부가 유치원 때 초등 과정 미리 대비하란 신호 주는 셈”
교육부가 유·초등 단계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영어·예체능 방과 후 과정 재정지원 확대, 유·초 연계 이음학기 운영 등이 되려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초등학교 입학 대비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효과가 생길 수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아이들이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조기 인지교육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6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영유아 사교육비 경감 대책 분석 및 대안 모색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달 26일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며 유아 학부모의 교육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유아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교육 강화 방안의 하나로 초등학교 입학을 대비한 사교육 수요에 대비해 만 5세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1학년 교과와 연계한 이음학기 운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방안으로 유아들이 놀이중심 교육 대신 초등학교 과정을 준비하기 위해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교육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정부 정책이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초등학교에 가면 충실하게 수업이 이뤄지니 걱정하지 말고 입학시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부터 초등 입학에 대비하는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현 인천 능내초 병설유치원 교사(인천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는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유초 연계교육은 꼭 필요하고 현장에서도 실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초등 입학을 대비한 사교육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유초 연계 이음학기’는 한글 습득 등 탈맥락적이고 형식적인 학습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은 영유아들에게 선행교육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 대표는 “코로나 대유행을 경험한 유아들의 발달 지연이 확인된 상황에서 초등 대비 선행교육으로 내몰기보다는 유아 단계에 적합한 회복교육 대책을 마련하고, 초등 1학년 교육과정을 조정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가 많은 영어와 예체능 등 다양한 방과 후 과정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는데 대해서도 유아의 수요와 흥미를 무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나이의 아이를 두고 있다는 최현주씨는 “다소 빡빡한 정규시간을 마친 방과 후에는 여유 있게 쉬기도 하고 자유놀이도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졌으면 한다”며 “학부모 수요라는 명목으로 영어·한글·수학 등 조기인지 프로그램이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유아 시기의 인지교육 자체가 아동 발달에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성욱 뇌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는 “영유아 시기는 아이들의 뇌가 완성된 시기도 언어발달이 끝난 시기도 아니며, 이 시기의 뇌 발달을 위해 놀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 “이번 대책은 인지교육이 곧 뇌 발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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