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울더라고요. 아빠 KIA 선수 아니라고"…류지혁이 '멋진 삼성 선수'가 돼야 하는 이유[일문일답]
[스포티비뉴스=포항, 김민경 기자] "첫째가 울더라고요. 아빠가 KIA 타이거즈 선수가 아니라는 게 상처가 컸나봐요."
내야수 류지혁(29, 삼성 라이온즈)이 다시 한번 정든 팀을 떠나는 일을 경험했다. 류지혁은 6일 포항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삼성에 온 소감을 밝혔다. 삼성은 5일 KIA 타이거즈에 포수 김태군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류지혁을 영입해 내야 뎁스 보강을 기대했다.
류지혁은 이적 첫날부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5이리 포항 두산전 2-3으로 뒤진 4회말 7번타자 안주형의 대타로 경기에 나섰다. 인천부터 포항까지 345㎞에 이르는 거리를 쉬지 않고 이동해 경기 개시 직전 도착했고, 벤치에서 분위기를 익힐 새도 없이 출전 지시가 떨어졌다.
2-7까지 벌어지고 맞이한 8회말 류지혁이 경기 결과는 바꾸지 못해도 팀 분위기는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앞서 무사 1루에서 1루수 땅볼로 출루한 주장 오재일이 병살타를 막기 위해 전력질주하다 왼쪽 햄스트링 통증으로 이탈한 뒤였다. 선수단 리더인 오재일의 부상에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고개를 숙일 정도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는데, 2사 1루에서 류지혁이 우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려 포항구장을 뜨겁게 달궜다.
다음 타자 이성규의 좌익수 왼쪽 적시 2루타까지 터져 류지혁은 이적후 첫 득점에도 성공했다. 더는 따라붙지 못해 4-7로 끝내 패했지만, 박진만 삼성 감독이 바랐던 분위기 반전은 기대할 만했다.
박 감독은 "우리 팀 내야수들이 젊은데 류지혁은 경험이 있다. 우리 팀 야수진이 나이가 젊거나 많거나 그래서 중간 나이대 선수가 부족하다. 류지혁은 또 내야 모든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고, 타격도 팀에 도움이 되고 장점이 많은 선수"기대했다. 앞으로 류지혁에게 3루를 맡기려 했는데, 1루수 오재일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해 당분간 류지혁이 1루를 맡는다.
류지혁은 2012년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20년 시즌 도중 KIA로 생애 첫 트레이드 이적을 경험했다. 이번이 개인 2번째 트레이드인데, 두산에서 한번 이별을 경험했다 해도 3년 동안 몸담은 KIA와 결별하는 과정이 마음 편하지 만은 않았다. 류지혁과 함께 터를 옮기는 가족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류지혁은 "첫째 아들(이현)도 내가 트레이드 됐다고 하니까 울었다. 아기는 아직 모르지 않나. 광주에서 유치원을 다니는데 선생님들이 다 KIA 팬이시고, 친구들도 '나 너희 아빠 알아'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그런 팀을 떠난다고 하니 마음의 상처가 컸나 보더라. 더는 KIA 선수가 아니라는게. 그래서 내가 '아빠 이제 삼성 선수다. 아빠 삼성 선수니까 그렇게 말하면 친구들도 다 좋아할 것'이라고 하면서 다독여줬다"며 대구에서 삼성 선수로 끝까지 정착할 날을 꿈꿨다.
다음은 류지혁과 일문일답.
-정신없었을 것 같다.
어제(5일) 점심 전에 소식을 들었다. 뭔가 생각은 하고 있었다. 트레이드가 한번 있을 것 같다고. 그런데 내가 갈지는 몰랐다(웃음). 트레이드 오면 무조건 포수라고 생각했다.
-트레이드 심경은.
한 번 해봤는데도 적응 안 되더라. '아 또 가네' 이런 생각이었다.
-트레이드가 개인에게는 기회일수도 있다. 동기부여가 되나.
트레이드가 참 힘든 것 같다. 반반이다. 좋은 것 반, 힘든 것 반이다. 늘 느끼는 게 적응을 했다 싶으면 내가 필요한 팀이 있어서 가고, 적응했다 싶으면 필요한 팀이 있어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아직은 다른 팀에서 야구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기 안 죽으려고.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하기에 불러주신다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혼자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친정 두산 경기다. 두산 선수들은 뭐라고 하던가.
이제 하나 남았다고 하더라. 충청도 하나 남았다고. 서울, 전라도, 경상도로 왔으니까. 우스갯소리로 그러더라(웃음).
-대구에 연고는 없을 텐데.
광주에도 없었고, 대구에도 없다. 가족이 걱정이다. 광주에 이제 가족이 내려왔는데, 다시 이동해야 하는 게 미안하다. 첫째 아들(이현)도 내가 트레이드 됐다고 하니까 울었다. 아기는 아직 모르지 않나. 광주에서 유치원을 다니는데 선생님들이 다 KIA 팬이시고, 친구들도 '나 너희 아빠 알아'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그런 팀을 떠난다고 하니 마음의 상처가 컸나 보더라. 더는 KIA 선수가 아니라는게. 그래서 내가 '아빠 이제 삼성 선수다. 아빠 삼성 선수니까 그렇게 말하면 친구들도 다 좋아할 것'이라고 하면서 다독여줬다.
사실 아내가 힘들다. 광주에 연고가 없는 상태에서 정착했는데, 다시 이동하게 됐으니까. 아내는 야구판을 아니까 내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대신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으니 긍정적으로 좋게 생각하자고 했다. 대구로 넘어가는 것은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고 했다. 올해 끝나고 결정할 사안인 것 같아서. 남편으로서 계속 옮기는 게 미안하긴 하다.
-KIA 후배 김도영이 눈시울을 붉혔다는 기사 봤나.
봤다. KIA에서 애들한테 행복한 야구를 하자고 했다. 우리 앞으로 시간 지나면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할 거다. 이러면서 다 같이 하고 있었다. 내가 트레이드 되는 바람에. 나는 여기서(삼성) 해야죠. 너네는 거기서 해 나는 여기서 할게 이렇게 하면 된다(웃음).
-트레이드가 됐다는 것은, 노력을 인정한다는 뜻도 되지 않나.
야구장에서 실력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게 나라는 사람을 어떤 얼굴로 만들지 본인이 정하는 것이라. 그런 것을 신경 쓰는데 그걸 봐주셔서 내가 헛된 야구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바로 투입됐는데.
어제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공을 보는데 이게 직구인지 변화구인지도 모르겠고, 2번째 타석에 삼진 먹고 정신 차렸다. 장타도 어어 하다가 쳤다. 올해 담장 맞힌 타구가 처음이라 KIA 애들도 전화 오더라. 왜 KIA에서 안 치고 삼성에서 치냐고.
-삼성에 친한 선수 있나.
(오)재일이 형이 제일 친하다. 재일이 형 믿고 왔는데 (부상으로) 갔다. (구)자욱이 형이 있다. 청소년 대표팀도 같이 다녀왔고, 군대 동기이기도 하다.
-오재일은 삼성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좋다고 오라고. 오면 느낄 것이라고 하더라. 진짜 좋고 야구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거니까 네가 하고 싶은 야구 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고마웠다. KIA에서 못했던 야구를 여기서 하려 한다. 후배들이랑 더 돈독하게 지내면서 편한 선배가 되고 그렇게 야구하고 싶다.
-삼성에서 중고참의 임무를 바라고 있다.
내가 이끌어가는 것보다 친구처럼 지내고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오재일 부상으로 당분간 1루수로 뛰게 됐다.
팀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게 어차피 선수가 해야 할 임무다. 내가 채워야 한다. 언제는 포지션이 상관 있었나요. 한 자리를 차지해서 돋보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나 같은 선수가 있어야 팀이 돌아간다. 나 같은 선수도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늘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에서는 어떤 이미지의 선수가 되고 싶나.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열정 있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등번호 42번은 마음에 드는가.
와서 달았는데 어제 안타 나오더라. 기가 좋았으면 좋겠다. 어제 라팍이었으면 홈런이었다고 다들 그러더라. 나도 라팍 좋아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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