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학자도, 원자력공학자도, 방사선학자도 “후쿠시마 오염수 과학적으로 문제 없어”
오염수 이슈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데이터 전달 위해 마련
발표자·토론자 모두 “오염수 과학적으로 문제 없다” 한 목소리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을 차단하기 위해 원자력, 방사선학, 핵의학계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야당의 여론전이 거세지자 과학자들이 괴담 확산 차단을 위해 나선 모양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후 방류의 국내 영향’을 주제로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한림원탁토론회는 보통 한림원 회원들이 모여서 과학기술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다. 이날 토론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의 중요성 때문에 많은 언론이 참여했다.
토론회를 준비한 유욱준 한림원 원장은 “이번 토론회는 회원들의 요청으로 특별히 열렸다”며 “과학적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해 정보를 공유하며 갈등을 해소하는 게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특정 분야 전문가만 참석하지 않고 방사능 안전과 관련한 모든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원자력 공학자 외에 방사선학계와 핵의학계, 방사성 폐기물 전문가까지 자리했다. 각자 자신이 소속된 학계를 대표하는 과학자들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후쿠시마 앞바다의 세슘137 농도가 리터(L)당 1억밀리베크렐(mBq)에 달했는데, 지금 후쿠시마 원전 방류대상 탱크의 세슘137 농도가 L당 170~370mBq에 불과하다”며 “2011년 후쿠시마 앞바다의 세슘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컸는데도 한국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삼중수소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 방류대상 탱크에 저장된 삼중수소의 총량이 2.2g인데 동해바다에 1년 동안 내리는 비에 자연적으로 포함된 삼중수소가 5g 안팎”이라며 “원양어선을 통해 태평양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우리가 먹을 때 피폭되는 양도 1나노시버트(nSv) 정도인데, 우리가 땅에서 1㎝ 높아지면 추가로 받게 되는 피폭량이 그 정도”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에는 자연적인 방사성 물질이 있다”며 “기준치를 넘지 않는 피폭량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불필요한 공포는 결국 우리에게 큰 손해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서경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이 지나치게 심하다고 비판했다. 서 부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고 그 안에 든 삼중수소가 태평양으로 확산한다고 치면 우리나라 해역에는 4~5년 뒤에 유입된다”며 “그 양은 0.00001베크렐 정도로 우리나라 해역에 자연적으로 있는 삼중수소 농도인 0.17과는 비교하기도 힘들 정도로 적은 양”이라고 말했다.
원전 산업과 관계가 없는 핵 의학자들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대한핵의학회 회장인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성층권에서 태양풍에 의해 생기기 때문에 빗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우리가 늘 마시는 생수나 수돗물에도 다 들어가 있다”며 “인체에 유입된 삼중수소는 소변이나 대변, 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제로’가 아니면 위험하다고 보는 건 공포 마케팅으로 인한 잘못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삼중수소 이슈는 후쿠시마 이전에 국내 원전에서 이미 논의된 바 있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논란이 있어서 원자력학회 등이 과학적 분석을 했고,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암병원장도 마찬가지 입장을 내놨다. 김 병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1인당 연평균 자연 방사선 피폭량은 2.4밀리시버트(mSv)이고 우리나라는 화강암이 많은 한반도의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다소 높은 3.08mSv”라며 “주로 공기 중의 라돈 가스 흡입이나 지각으로부터 오는 영향, 음식물 섭취, 우주선의 영향, 해외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 후 방류하면 한국 사람에게 미칠 방사선량은 미미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암과 기형의 발생이 유의하게 증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계를 대표하는 커뮤니케이터인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괴담의 대부분은 초등학교 수준의 과학적 상식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억지 수준”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은 이념과 팬덤에 집착하는 정치와 어설픈 감성에 호소하는 선동이 합리와 이성을 강조하는 과학을 압도해버렸다는 점에서 2008년 광우병 괴담의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윤순창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우리 바다에서 세슘137이나 삼중수소에 의한 방사선 측정결과를 보면 후쿠시마 사고 전이나 사고 직후나 12년이 지난 지금이나 의미있는 변화가 없었다. 방사능의 세기가 해산물이나 인체의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며 “오염수를 처리한 후에 연간 22테라베크렐(TBq)의 삼중수소를 방류하더라도 해류의 흐름을 따라 빠르면 4~5년, 늦으면 10년 후에 우리나라 제주해역에 유입되므로 그동안 북태평양에서 희석이 돼서 국내 해역의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분석기기 검출 한도 미만으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윤 명예교수는 “원자력 안전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에서 과학자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목소리가 큰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주장이 난무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과학적인 평가보다는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목소리가 높아져 과학자로서 자괴감만 깊어진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과학 석학 가운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다는 입장은 없었다. 일부러 편향된 입장을 가진 과학자들만 모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방송에 자주 나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모 대학 명예교수를 섭외했지만, 본인이 갑자기 참석을 번복했다”며 “그 분을 제외하면 과학자 가운데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인물을 찾지 못했다. 편향된 사람을 모은 게 아니라 오늘 자리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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