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 오해라는 피프티 피프티, 등돌린 여론 어쩌나[스타와치]
[뉴스엔 황혜진 기자]
그룹 피프티 피프티(시우, 새나, 아란, 키나)가 부정적 여론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7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신청 관련 첫 공판이 열렸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6월 19일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멤버들 측은 가처분 신청 당일 자신들의 이름으로 한글 그룹명 피프티 피프티 상표권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소속사 어트랙트가 5월 15일 영문 그룹명 FIFTY FIFTY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황이라 멤버들 측의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멤버들 "수익 0원 정산서 납득 불가" vs 소속사 "외주업체 실수로 정정 완료"
피프티 피프티는 소속사가 신뢰관계 파탄을 초래해 더 이상 전속계약을 지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멤버들의 소송 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측은 첫 공판에서 전속계약 해지 요구 사유로 총 세 가지(정산 자료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제공할 의무 위반, 멤버들의 신체·정신적 건강 관리 의무 위반, 연예 활동을 위한 지원 능력 부족)를 들었다.
멤버들 측이 세 가지 사유 중 강조한 항목은 정산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할 의무였다. 약 4개월간의 피프티 피프티 음반 관련 수익 항목이 정산서에 누락돼 있어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자 소속사가 5월 뒤늦게 기존 정산서(수익 0원)와 달리 상세한 내용이 기재된 정산서를 보내왔다는 것.
멤버들은 소속사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가 음원 유통사 인터파크로부터 받은 선급금 90억 원 매입처가 어트랙트가 아닌 스타크루이엔티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며 90억 원 중 60억 원 이상을 피프티 피프티를 위해 사용한 것이 맞는지 의심했다. 인터파크와 스타크루이엔티간 선급금 구조에 대해 사전에 고지받거나 동의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어트랙트 측은 멤버들의 주장이 의도적 왜곡 혹은 중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타크루이엔티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가 어트랙트 설립 전 운영한 회사로 과거 바비킴, 핫샷 등 가수들이 소속돼 있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스타크루이엔티와 연습생 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 후 어트랙트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 어트랙트 소속 가수로 데뷔했다. 이와 관련한 영업양도 계약에 멤버들 역시 동의했다며 별도로 소명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음원 수익이 0원으로 명시된 기존 정산서의 경우 어트랙트가 고의적으로 수익을 누락한 것이 아니라 5월 계약이 종료된 외주업체(더기버스) 누락 실수에 따른 잘못된 정산서였다고 설명했다. 외주업체 정산 업무 담당자가 어트랙트 담당자에게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음원 수익 항목이 누락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 멤버들의 시정 요청을 받고 누락 사실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으며 대금 지급 단계는 아니지만 수정된 정산서를 기한 내 전달했으므로 계약 위반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첫 공판 이후에도 계속되는 "배은망덕" 비판, 이미지 회복 가능할까
정산서와 인수인계 지연, 선급금, 영업양도 계약 관련 양 측의 엇갈린 주장의 진위는 재판부가 19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추가 자료 등을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다만 멤버들 측이 계약 위반 사항이라고 밝힌 소속사의 신체·정신적 건강 관리 부실, 연예 활동을 위한 지원 능력 부족에 대한 다수 업계 관계자들과 K팝 팬들, 네티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첫 공판에서 멤버들 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멤버들의 건강 관리에 소홀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멤버들은 6월 28일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공식입장문에서 "멤버의 수술 사유를 당사자 협의도 없이 임의로 공개했다. 활동이 어려운 건강 상태를 밝혔음에도 일방적으로 활동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차기 공판에서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소속사는 멤버 건강 회복을 위해 수술 사실을 밝혔을 뿐 병명을 공개한 적 없고 휴식기도 제공했으며 무리하게 활동을 강행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소속사는 5월 2일 피프티 피프티 공식 팬카페를 통해 아란의 건강 상태에 대해 "Cupid' 앨범 활동 중 안무 연습 시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찾아 진료 및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활동 중 치료를 받아왔으나 최근 정밀검사 결과에 따라 빠른 회복을 위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받았다. 이에 당사는 아란 및 부모님과 활동 참여 여부에 대해 오랜 시간 논의했다"며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아티스트는 안정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의료진 소견과 아티스트 회복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향후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무엇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대목은 멤버들이 주장한 '소속사의 지원 능력 부족'이다.
멤버 4인을 피프티 피프티로 데뷔시키기 위해 어트랙트를 설립한 전홍준 대표는 신생 기획사임에도 오랜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파크로부터 90억 상당의 선급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11월 발매된 피프티 피프티 데뷔 앨범 ‘THE FIFTY’(더 피프티) 활동이 무관심 속 마무리됐지만 앨범 제작비에 보태기 위해 오랜 기간 자신이 소유했던 차량과 시계를 처분하는가 하면 노모가 평생 모은 9,000만 원을 빌려 투자했다.
전홍준 대표는 타이틀곡은 물론 수록곡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하기 위해 10억 원가량을 투자하는가 하면 멤버들이 부족한 노래와 춤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트레이닝비를 지원했다. 편안한 환경에서 쉴 수 있도록 서울 강남에 위치한 월세 330만 원 상당 숙소(방 3개, 화장실 2개 구비)도 마련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측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서정을 통해 "멤버들이 어트랙트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데 그동안 투자한 비용이 약 80억 원이다. 어트랙트의 전 재산을 쏟아부었고 노모의 자금까지 빌려 투자했다. 80억 원이나 되는 돈을 투자한 것 자체를 도외시하고 능력이 없다는 추측에 기반한 주장을 하는 것은 과하다"고 반박하면서도 멤버들과의 원만한 협의를 통한 이들의 복귀와 활동 재개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멤버들은 소속사와 대표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피프티 피프티 노래 흥행과 이를 통한 팀 인지도 상승에는 소속사의 전폭적 지지 및 소속사가 주도한 동영상 공유 어플 틱톡 등을 중심으로 한 SNS 바이럴 전략이 주효했다. 올 2월 발매된 디지털 싱글 'Cupid'(큐피드)는 북미 등 해외 각국 틱톡 이용자들 사이에서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끌며 해외 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Cupid'는 3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100위로 진입한 이래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블랙핑크의 K팝 걸그룹 최장 진입 기록, 뉴진스의 데뷔 후 최단기간 신기록을 경신했다.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도 13주 연속 진입하며 K팝 여성 그룹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소속사와의 갈등이 한창인 가운데 '핫 100' 최신 차트(7월 8일 자)에서는 24위를 차지했다.
대다수 K팝 팬들은 첫 공판 이후 소속사 역량을 비판하기보다 멤버들의 역량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다. 각종 음악 방송, 무대 영상을 본 K팝 팬들은 대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특출한 음악적 역량이나 스타성, 잠재력을 지녔다고 보기 어려운 연습생들을 데뷔시키기 위해 수십억 투자금을 유지하고, 개인 자산까지 보태 앨범 제작에 힘썼다는 것 자체가 소속사의 역량 중 하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가처분 신청이 멤버들의 주체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면 대형 기획사가 아닌 소규모 기획사 스타크루이엔티와의 연습생 계약, 신생 기획사 어트랙트와의 정식 계약 역시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일 터. 이에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이라는 이례적 쾌거를 이루는 데 기여한 소속사의 역량을 갑작스레 깎아내리는 행보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인으로서 이례적으로 영화 '바비' OST에 참여하고 대형 K팝 콘서트 '케이콘 LA 2023' 출연 제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오직 멤버들의 역량 덕이라기보다 소속사의 물적, 인적 지원이 동반된 결실이라 보는 것이 합당하다.
소속사는 피프티 피프티가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기 시작하자 멤버들과 노래를 국내 K팝 팬들과 대중에게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4월 13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을 대관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다만 간담회에서 라이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정확한 가창력을 가늠하기 어려웠고 춤 실력은 수준급이 아니었다.
배은망덕이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한 듯 멤버들은 변호사를 통해 "멤버들이 돈을 달라, 빨리 돈을 받아야겠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한 게 아니다. 오해 소지가 있다. 멤버들은 여러 가지 억측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전혀 그런 점이 아니라는 걸 밝힌다. 멤버들과 소속사들의 신뢰 관계는 더 이상 전속계약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금을 도대체 어떻게 썼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이적설이나 상표권 출원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회피했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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