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0원빵’ 디자인 바뀌는데…日‘10엔빵’은 “문제 없어”

한 네티즌이 구매한 일본의 '십엔빵'/트위터

10원짜리 동전 모양의 경북 경주 명물 ‘십원빵’에 대해 최근 조폐 당국이 디자인 변경을 요청했다. 한국은행의 허가 없이 영리 목적으로 화폐 도안을 이용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큰 인기를 끈 십원빵을 따라 만든 일본의 ‘십엔빵’은 현지에서 문제가 없을까.

6일 니혼TV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일본 재무성은 빵 디자인으로 화폐 도안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십엔빵은 1966년 8월 16일 한국조폐공사가 발행한 첫 십원화 디자인을 차용한 십원빵처럼 실제 동전 도안과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십원빵이 관광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이후 일본에서는 지난해 9월 도쿄의 한 업자가 이를 참고해 10엔빵을 개발했다. 부드러운 빵 안에 길게 늘어나는 치즈가 들어간 이 빵은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현재 오사카, 오키나와 등으로 점포가 확대됐다. 지난달에는 후쿠오카에서 기간 한정 판매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이용자 사이에선 “동전 도안을 그대로 사용한 10엔빵. 크기도 다르고 음식이기 때문에 괜찮은 건가”, “재무성의 시각에서 보면 도안 저작권 등에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반응이 나왔다.

재무성은 십엔빵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무성 홈페이지에 따르면 통화 및 증권 모조 단속법에 따라 일본에서는 지폐·화폐와 혼동될 수 있는 외관의 제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것은 금지되며, 수사 당국의 사후 단속 대상이 된다. 단속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달할 때엔 도안과 비슷한 정도, 제품의 크기와 재질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또 외관이 실제 통화로 오인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사용방법, 사용되는 시간과 장소 등에 따라 오인할 위험이 있다면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달 22일 서울의 한 십원빵 매장의 모습./뉴스1

이와 달리 한은은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 이용 기준’을 근거로 십원빵의 디자인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화폐 도안은 한은의 허가 없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고, 별도로 허용한 경우라도 유효 기간은 6개월이다. 이에 한은은 지난달 21일 “십원빵 제조업체의 경우 지역 관광상품 판매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로 디자인 변경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현재로써는 소송 등 법적 대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십원빵 업체들은 한국조폐공사가 지난 2018년 정부가 무상 활용을 허가하는 공공누리 포털에 십원 등 일부 주화와 화폐 등 900여건의 공사 제품의 도안을 올린 것을 근거로 한은 방침에 반발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도안은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다.

한은의 입장에 대해 인천의 한 38세 여성은 일본 현지 매체에 “간식을 화폐로 착각할 수는 없는데 (디자인)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이 모양이 아니더라도 맛있기 때문에 또 사 먹을 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