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보단 당뇨병이 낫다? 제로콜라→콜라 환승 고민한다면

정심교 기자 2023. 7. 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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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제로콜라 마셔 암에 걸릴 바에야 차라리 당뇨병 위험 높이더라도 일반 콜라로 갈아타는 게 나으려나?", "발암물질 1군도 아닌데 그냥 제로콜라 마실까?"

일부 제로콜라·막걸리 제품에 든 아스파탐에 대한 발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칼로리 없이 단맛을 만끽해온' 제로콜라 애호가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혈당·열량 걱정 없이 콜라의 단맛과 청량감을 거의 그대로 느껴왔는데, 다시 콜라로 돌아가는 게 나을지 갈등의 갈림길에 섰다.

이들의 갈등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이달 14일(프랑스 현지 시각)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에 대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촉발했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나 강하다. 그래서 설탕으로 낼 수 있는 단맛을 설탕의 200분의 1만 넣어도 구현할 수 있어 당류·열량을 걱정하는 당뇨병 환자나 다이어트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선호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아스파탐 전체 수요의 약 75%가 제로콜라 등 음료에 들어있고, 20%는 가공식품, 5%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된다. 이번에 대두된 아스파탐에 대한 발암성 논란은 일반 콜라를 끊고 제로콜라를 즐겨온 이들에겐 당황스럽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시 콜라로 돌아가선 안 되며,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로콜라를 통해 단맛에 중독되는 과정은 일반 콜라를 마실 때와 다르다. 우선 일반 콜라의 경우 단맛을 내는 성분이 탄수화물 중에서도 '단순 당'이다. 탄수화물엔 크게 '단순 당'과 '복합 당'이 있는데, 일반 콜라 속 과당·설탕은 '단순 당'이다. 콜라 제품 뒷면에 보통 '당류'로 표기된 게 단순 당이다. 이런 단순 당은 당이 1~2개로 구성된 구조물로, 먹으면 몸에 바로 흡수된다. 이를 통해 혈당이 빠르게 높아지고, 몸에선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더 많이 내보낸다. 이때 몸에서 혈당을 빠르게 낮추는 과정에서 저혈당과 공복감이 나타난다. 이는 탄수화물 식품을 또 먹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한다. 중독으로 인한 금단현상으로 과식·폭식이 찾아오기도 한다.

반면 제로콜라는 단맛을 내는 성분이 아스파탐으로, 단백질에서 추출한 감미료다. 일반 콜라와 달리 탄수화물과 관련 없고, 당·열량이 거의 없는 게특징이다. 김형미(전 세브란스병원 영양부장)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제로콜라의 아스파탐은 콜라와 비슷한 강도로 단맛을 구현해 생산하는데, 당·열량이 없어 혈당은 높이지 않지만, 단맛 자체를 탐닉하게 해 중독으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일반 콜라이든 제로콜라이든 이들 음료를 마셔서 강한 단맛을 느끼면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행복감과 만족을 느낀다. 이 행복감과 만족감은 마약·알코올 중독자가 쾌감을 느끼는 호르몬 구조와 같다. 실제로 탄수화물을 오랜 기간 과잉 섭취하면 장기적으로는 마약을 투여했을 때와 비슷한 변화가 뇌에서 일어난다.

제로콜라는 끊어도 일반 콜라는 못 끊겠다면 탄수화물 중독일 수 있다. '탄수화물 중독 자가 진단'에서 해당 항목을 표시해 확인할 수 있다./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탄산수와 레몬·오미자 조합, 제로콜라 대용에 제격
제로콜라에서 콜라로 갈아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형미 겸임교수는 "제로콜라를 끊고 다시 콜라로 돌아가면 이미 단맛에 중독된 상태이므로 콜라 양을 줄이기 힘들 것"이라며 "제로콜라의 대용으로 탄산수에 레몬이나 오미자를 짜 넣는 방법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런 방법은 탄산의 톡 쏘는 청량감을 제로콜라와 엇비슷하게 유지하면서 레몬·오미자의 신맛과 새콤한 맛으로 단맛에 대한 욕구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 단맛의 제로콜라가 강하게 당길 때 찬물을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김 겸임교수는 "입안이 차가워지면 단맛 욕구를 일시적으로 해소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런 방법들은 제로콜라뿐 아니라 일반 콜라에 중독된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

단맛에 중독된 사람은 평소 식습관에서 미각을 건강하게 '리셋'하는 것도 좋다. 미각 중에서도 단맛에 둔하면 단맛 음식을 나도 모르게 더 많이 먹기 쉽다. 나이가 들수록 혀는 단맛·짠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 두 맛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쓴맛·신맛을 느끼는 감각기관보다 더 빨리 늙어서다. 단맛 음식을 먹을 때 신맛·쓴맛 음식을 곁들이면 미각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초콜릿에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면 원두의 쓴맛, 신맛이 초콜릿의 단맛을 더 잘 음미하게 한다. 반면 초콜릿에 바닐라라테를 함께 마시면 단순 당은 많이 섭취하면서도 단맛을 충분히 느끼기 힘들다.

음식을 차갑게 먹으면 따뜻하게 먹을 때보다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팥빙수·슬러시처럼 찬 음식을 먹을 땐 조금 싱겁더라도 연유를 적게 넣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나물류처럼 식감이 거칠고 맛이 쌉싸름하더라도 씹는 재미를 느껴보고, 샐러드의 새콤한 맛도 즐기도록 혀를 다양한 미각에 길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식사 때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면 포만감을 줘 식사량이 줄고 결국 당을 조금만 먹게 해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한다. 파인애플·사과·배·양파·당근·파프리카 등은 단맛을 내면서도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백미보다 도정을 적게 한 현미에도 식이섬유가 많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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