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 보우소나루 8년 출마 못하는데…트럼프는 왜?
미국과 브라질에서 각각 ‘대선 불복’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서로 꼭 닮은 정치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결말을 맞았다. 한 명은 다음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다른 한 명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대선 출마가 가능한데다 심지어 현재 당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우소나루와 트럼프…같은 행보, 다른 결말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대선 불복’ 폭동과 관련해 권한을 남용하고 심각한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향후 8년 동안 공직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브라질 선거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찬성 5표, 반대 2표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다음 대선과 다다음 대선까지도 출마 자체가 막힌 상황이다. 그는 75세가 되는 2030년에야 다시 선거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미국에서 대선 불복 폭동을 선동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보우소나루와 달리 내년 미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 그는 폭동 선동뿐 아니라 성추행 입막음·기밀 반출 등 여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지만, 설령 유죄를 선고 받더라도 출마가 가능하다.
현직 대통령으로 재선에 도전했던 두 명은 각각 2020년 미국 대선과 2022년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한 후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들의 지지자 수천 명은 “도둑맞은 선거”를 되찾겠다면서 의회를 습격하고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의사당으로 쳐들어가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했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폭동 당시 브라질이 아닌 미국에 머물고 있는 상태였다. 굳이 따지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가 직접적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치적 여파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이는 미국과 브라질의 정치·지배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브라질 법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막기 위해 적극적, 신속적,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운명을 유권자의 손에 맡긴 채 매우 느리지만 체계적인 사법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선거는 주정부가 주관하며, 누가 어떻게 출마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매우 다양한다. 반면 브라질 선거는 연방 선거법원이 관리하며, 후보자의 공직 출마 자격을 정기적으로 심사해 직권을 남용하는 정치인은 일시적으로 공직에 출마할 수 없게 한다. 이 때문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비롯해 3명의 정치인이 브라질에서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은퇴한 브라질 대법관이자 전직 선거법원장인 리카르도 레반도프스키는 “대통령, 주지사, 시장 등은 재선을 위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결격 사유에 대한 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시스템은 유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대중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일정 기간 동안 정계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브라질의 이 같은 방식은 유권자들이 아닌 선거 대법원 판사 7명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치 분석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이 시스템은 부패한 정치인들의 집권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국민들의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중앙집권적 선거 시스템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불복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막았다. 미국은 대선 투표 집계가 늦어지면서 공식 결과 발표가 일주일 가량 지연됐다. 이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선거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시간과 다양한 전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브라질은 전자 투표 시스템을 통해 단 몇 시간 만에 선거 결과가 나왔다. 이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틀 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브라질 과도한 검찰 및 사법 권한 오남용 우려도
양국의 다른 시스템에 대해 어느 한쪽이 더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두 나라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연구해온 바드 칼리지의 오마르 엔카르나시온 교수는 “중앙집권적인 브라질은 분권화되어 있고 지방 감독을 허용하는 미국 시스템보다 남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도 “두 가지는 매우 다른 모델이며, 어느 쪽이 민주주의에 최선인지 최악인지에 대해 어느 방향으로든 논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의 강력한 사법 시스템은 선거를 앞두고 반민주적 주장이나 허위 정보, 음모론에 대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브라질 대법원은 이러한 혐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체포 명령을 하고, 정치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차단하고, 법원 명령에 따르지 않는 기술 기업의 영업을 중단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는 ‘과잉 수사’나 ‘표적 수사’로 오‧남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브라질 대선 불복 폭동에선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과 같은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이 진행되거나, 법원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수감된 사람도 있었다. 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과거 임기를 마친 후 일명 ‘세차 작전’이라고 불리는 과잉 표적 수사를 통해 오랜 기간 수감됐다가 훗날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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