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처가 카르텔 확산에 고속도로 백지화? 황당무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변경을 통해 김건희 여사 일가가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델리민주 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은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자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사업 백지화는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라며 “특권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 장관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제기에 기분 나빠서 못하겠다는 식으로 사업을 없었던 일로 만들겠다니 정말 황당무계하다”며 “윤석열 정부는 기분 나쁘면 국민이 맡긴 일을 아무렇지 않게 팽개치나”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사업에 의혹이 있다고 사업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이렇게 무책임한 정부는 없었다. 다음 정부 가서 하라는 말은 더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원 장관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야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이 사업을 백지화하려는 것은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로 규정했다. 그는 “민주당은 고속도로 종점의 변경 과정에 대해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하게 파헤칠 것”이라며 “원 장관은 정치적 생명도 걸겠다고 했으니 지금까지의 모든 결정 과정과 이유에 대해 철저하게 공개하시라”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국의 장관이 감정 통제를 못하고 국책사업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며 “양평군 강상면으로 고속도로 위치를 옮기는 게 문제가 없으면 그냥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원안대로 시행하면 된다. 화난다고 수년간 논의해서 결정한 수조원짜리 국책사업을 아예 안 하겠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졸속 백지화’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참 이상하다. 아무 문제 없다면서 왜 중단하나. 계속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박상혁 의원은 “도둑질하다 들켰으면 제자리 갖다 놓고 용서를 빌어야지, 아예 없애겠다는 심보?”라고 반문했다. 최인호 의원은 “15년간 추진되고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국책사업을 장관이 함부로 전면 백지화 선언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사업 정상화를 촉구했다. 박용진 의원은 “야당 공격하려고 국가 정책사업을 백지화해버리는 몽니야말로 가당찮은 정치적 오버 행위”라며 “이 사업에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과 행정력 낭비는 원 장관 호주머니에서 복구할 건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고속도로 노선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변경된 사례는 지난 20년 동안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20년도 더 전에 딱 두 번만 있던 일을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엄호하는 집권 여당, 양평군 강성면 일대 바뀐 종점 부근 반경 1㎞ 안에는 김건희 여사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 ESI&D가 단독 보유한 축구장만 한 필지. 여기에 지난해 8월까지 두물머리 일대 양서면이 종점인 고속도로가 갑자기 돌연 다른 노선이 검토된다면, 국민 누구나 충분히 의혹 제기할 수 있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강성면 현장을 방문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단군 이래 최악의 이권 카르텔”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카르텔 척결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게 최악의 카르텔”이라고 주장했다. 강득구 의원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사업이 부분적으로 변경된 사례는 있어도 시점과 종점이 바뀐 사례는 없었다. 이는 명백한 처가 카르텔”이라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 일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으로 변경된 강상면 주변에서 500m 떨어진 지점에 축구장 3개 넓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민주당은 양평 고속도로 종점에 김 여사 친오빠가 운영하는 회사가 보유한 땅이 추가로 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종점 변경 의혹으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양평 고속도로 종점 근처에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회사(ESI&D)의 땅이 추가로 드러났다”며 “이 회사는 김 여사의 모친이 세우고 친오빠가 운영하고 있다. 특혜 의혹에 휩싸였던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추진했던 바로 그 회사”라고 밝혔다.

앞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6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당원 대상 강연에서 “양평에다가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서 자기네 땅 사놓은 데로 지나가도록 만들어요. 역대 어느 대통령도 그런 짓은 안 했어요. 몰래 해 먹긴 했어도 내놓고 해 먹진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부지 인근을 지나게 돼 ‘셀프 특혜’를 받았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를 이날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