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뭐 먹을까?” 코끼리도 취향껏 ‘메뉴’ 고른다

김지숙 2023. 7. 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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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는 대나무 죽순을 먹는다.

코끼리가 초식동물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확히 어떤 식물을 먹는지 밝히는 일은 그동안 쉽지 않았다.

야생의 코끼리는 잎사귀, 열매, 나뭇가지 등 다양한 형태의 식물을 먹지만 가까이서 관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로 밤이나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먹이를 먹기 때문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는 최근 타일러 카치넬 교수(생태학과)를 비롯한 국제 연구팀이 그동안 관찰하기 어려웠던 코끼리의 식습관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무리 내 동물들이 어떤 식물을 먹는지 밝혀냈다고 5일(현지시각)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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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우기에는 풀, 건기에는 나무 찾았으나
무리 내에선 지위나 선호에 따라 먹이 차이
케냐 국립공원에 사는 두 무리의 코끼리 그룹의 식생을 분석한 결과, 같은 날 함께 먹이를 먹은 가족 사이에서도 개체 간 식단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판다는 대나무 죽순을 먹는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을 주식으로 한다. 그럼 코끼리는?

코끼리가 초식동물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확히 어떤 식물을 먹는지 밝히는 일은 그동안 쉽지 않았다. 야생의 코끼리는 잎사귀, 열매, 나뭇가지 등 다양한 형태의 식물을 먹지만 가까이서 관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주로 밤이나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먹이를 먹기 때문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는 최근 타일러 카치넬 교수(생태학과)를 비롯한 국제 연구팀이 그동안 관찰하기 어려웠던 코끼리의 식습관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무리 내 동물들이 어떤 식물을 먹는지 밝혀냈다고 5일(현지시각) 밝혔다. 연구자들은 같은 무리에 속한 코끼리라도 서로 다른 식물을 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학은 이번 연구가 코끼리의 식습관과 먹이 찾기 행동 패턴을 밝혀냄으로써 멸종위기에 처한 코끼리 보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논문은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 학회지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케냐 삼부루와 버팔로 스프링스 국립공원에 사는 두 그룹의 코끼리 가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각각 ‘왕족’과 ‘예술가들’이라 이름을 붙은 두 그룹은 케냐의 ‘에와소응기로 강’를 사이에 두고 서식하고 있다. 두 그룹은 각각 4~5마리의 성인 암컷 코끼리를 주축으로 하는 가족이다. 연구자들은 먹이 활동과 채집 이력을 각 그룹별로, 또 같은 그룹 안에 구성원별로 비교해봤다.

이들은 코끼리가 정확히 무엇을 먹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첨단 유전자 기법으로 코끼리 분변·체모를 분석하고, 지피에스(GPS) 이동 경로 등을 참고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코끼리 대변과 털에서 추출한 먹이의 디엔에이(DNA)와 기존 식물 데이터베이스를 대조하는 ‘디엔에이 메타바코딩’이라는 신기술 개발하기도 했다.

분석 결과, 코끼리들이 즐겨 먹은 식물은 꿀풀과(아카시아 및 콩과 식물), 국화과, 목본과, 백합과, 아욱과 등이었다. 이 식물들은 왕족과 예술가 두 그룹 모두에서 7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같은날 저녁을 먹더라도 코끼리별로 ‘식단’이 큰 차이를 보였다. 분변을 분석한 결과 코끼리들은 각각 평균 60~70종의 식물들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고 많게는 137종을 먹은 개체도 있었다. 연구자들은 무리 내 사회적 지위나 임신 여부 등에 따라서 먹는 식물이 서로 달랐다고 밝혔다.

앞서 연구자들은 20여년 전 비영리 코끼리단체 ‘세이브 더 엘리펀트’(Save the Elephant)와의 협력으로 얻어진 코끼리의 대변과 털을 분석해 코끼리들이 우기에는 풀을 먹고, 건기에는 나무를 먹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선 이런 계절적 패턴은 동일했으나 건기보다 생물 다양성을 띄는 우기에 코끼리별로 식단 차이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끼리들은 건기에는 나무에 접근했고, 비가 내리는 우기에는 주로 풀을 뜯는 계절적 패턴을 보였지만 각각 먹는 식물의 종류는 다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카치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자원이 한정된 상태에서 야생동물들이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맺고 무리를 이루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끼리들이 모두 같은 식물을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선호도와 생리적 필요에 따라 다양한 먹이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무리 내에서 먹이를 경쟁하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거나 독립적으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코끼리 보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카치넬 교수는 “동물이 필요한 먹이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 생존을 할 수 있을지언정 번성하긴 어렵다. 코끼리가 무리로 먹이활동을 하면서도 다른 선호를 지닌다는 것은 각 개체가 무엇을 먹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코끼리, 코뿔소, 들소와 같은 대형 초식동물을 더 잘 관리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호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인용 논문: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230337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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